조례 제정하면 뭐하나 소녀상 보호 손 놓은 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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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평화의 소녀상' 관련 조례가 진통 끝에 통과됐지만, 소녀상이 철거되거나 훼손돼도 여전히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례가 통과됐음에도 부산시와 동구청이 여전히 서로 책임 미루기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부산시의회에서 '부산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부산시 여성가족국은 "설치 과정이 불법이기에 공공조형물 지정이 어려우며, 소녀상이 설치된 도로는 시유지임에도 관리권을 동구청에 위임했기에 관리 주체는 동구청"이라는 입장이다.

"동구청이 관리 주체" 책임 미루고
공공조형물 지정 불가 입장 고수
'긴밀 협조' 서울시-종로구와 대조

한국당 의원들 사전 조율 의혹도


이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조례가 통과된 곳이 부산시의회이니 적극적으로 관리지침을 세워야 할 곳은 부산시이며, 조례 통과 이후 보름이 다 되도록 부산시에서 공문 한 장 받은 적 없다"고 답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이후부터 '민감한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서울시나 종로구와는 대조적인 행태다.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위치한 부지는 부산시 땅이지만, 서울 일본대사관 앞은 종로구 땅이다. 이에 서울시의회와 종로구의회는 일본군위안부 기념 지원사업에 관한 조례 통과를 함께 추진했고, 조례가 통과되자 서울시와 종로구가 먼저 나서 시민단체를 찾아가 공공조형물 지정 사실을 알리고 관리와 지원에 나섰다.

이러한 부산시의 태도에 조례를 발의한 시의원과 시민단체는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조례를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정명희 의원은 "같은 내용의 조례를 통과시킨 서울시에 지난 14일 자문을 했다"며 "서울시는 일반법인 도로법보다 특별법인 소녀상 조례를 우선해 이러한 적극적인 관리에 나선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한 소녀상을 지키는 시민단체인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은 "부산시에 소녀상이 아닌 시민단체에 대한 어떠한 지원을 요구한 적도 없고, 다만 소녀상이 훼손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부산시의 정책방향은 조례 통과 전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사전에 조율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박재본 의원은 지난달 30일 조례 상정안에 대해 "이번 조례안은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을 관리하는, 즉 '소녀상 조례'가 아니다"고 말했고, 김영욱 의원은 조례 통과 전 기자들에게 "이번 조례가 통과돼도 영사관 앞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지정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조소희 기자 s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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