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선박 금융권서 지급보증"… 성동조선 '기사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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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이면 일감이 바닥 나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경남 통영시 안정국가산업단지 내 성동조선해양 야드. 추가 수주가 없어 선행공정 야드는 이미 조업을 중단했고 마무리 공정 야드만 일부 가동 중이다. 김민진 기자

극심한 수주 가뭄으로 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성동조선해양이 기사회생했다. 선수금환급보증(RG)이 안 돼 1년 6개월 만에 성사된 신규 수주가 무산될 위기에서 수출입은행의 RG 발급 결정으로 계약 발효가 가능해졌다. 시장 우려 불식에 따른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성동조선은 16일 수출입은행이 지난 5월 그리스 키클라데스 사와 계약한 원유운반선 5척에 대해 RG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할 경우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지급보증이다. 통상 선주는 RG 발급 확인 후 대금 지급을 시작하고 조선 업체는 이 자금으로 자재를 구매해 조업에 착수한다.

그리스 원유운반선 5척
RG 못 받아 수주 물거품 위기
노조 "경영 정상화" 확약서
수출입은행서 발급 결정
추가 수주·독자 생존 기대

성동조선은 지난 5월 키클라데스 사와 11만 5000DWT급 원유운반선 7척(옵션 2척) 수주계약을 체결했다. 척당 4400만 달러로 수주 총액은 3억 달러(우리 돈 3300억 원 상당). 키클라데스 사는 주로 국내 대형사와 거래한 글로벌 탱커 전문선사로 성동조선과는 2014년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인도받은 선박이 영국 조선해양전문지로 최우수 선박에 선정되는 등 호평이 이어지자 성동조선을 다시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8년 만의 흑자 전환에도 일감이 없어 야드 가동을 중단하는 위기 상황에 극적으로 성사된 수주였지만 금융권이 RG 발급을 거부하면서 물거품 될 위기에 처했다. 업황이 좋았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높은 수수료를 노린 시중은행들이 RG 발급에 나섰지만 최근에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중소형 조선사에 대해선 RG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성동조선은 수출입은행이 포함된 채권단에 보증을 요청했다. 그러자 채권단은 보증 조건으로 추가 자구노력을 요구했다. 반발하던 노조가 최근 '경영 정상화 및 선박 건조에 노조가 적극 협조한다'는 문구가 담긴 노사확약서에 서명했고 이를 채권단이 받아들이면서 RG 발급이 가능해졌다.

이로써 RG 발급을 전제로 했던 조건부 계약은 이행이 가능해졌다. 설계 및 자재 구매를 기간을 감안할 때, 이르면 11월부터 현장 생산활동도 가능할 전망이다. 기존 일감이 10월이면 동나는 만큼 1개월 남짓의 공백이 불가피하지만 최악의 위기 상황은 넘길 수 있다.

특히 RG 발급에 대한 해외 선사들의 우려 불식으로 추가 수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성동조선의 판단이다. 실제로 최근 시황 회복을 기대할 만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노후 선박 교체 주기 도래, 2020년을 전후한 각종 국제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신조를 위한 선주사의 접촉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이르면 이달 중에 실사를 통해 성동조선의 재무·경영 현황을 진단하기로 했다. 채권단이 2015년 10월에 진행한 실사 및 지난해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도출했을 당시와 이후 상황이 차이가 있어 재점검해보자는 취지다.

성동조선 관계자는 "RG 문제가 해결된 만큼 보다 적극적인 협상이 가능해졌다"며 "진행 중인 건도 여럿 있는 만큼 조만간 추가 낭보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진·이정희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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