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정화조 가스질식 인부 숨져 노동청 "안전조치 미흡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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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11일 부산의 한 맨홀 정화조에서 펌프교체 작업을 하다 가스에 질식한 인부(busan.com 11일 자 보도)가 결국 숨졌다. 경찰과 부산고용노동청 조사 결과 사고 당시 보호장비 착용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여름철마다 이 같은 질식사가 이어져 밀폐공간에 대한 '안전불감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12일 오전 3시 50분께 고신대병원에서 치료받던 A(50) 씨가 숨졌다. 이 씨는 전날 서구 암남동 한 맨홀 정화조에 펌프교체 작업을 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유해가스에 질식해 바닥에 쓰러졌다. 이 모습을 본 동료 B(34) 씨가 구하려 들어갔지만, B 씨도 가스에 질식했다. B 씨도 아직까지 완전히 의식을 되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명은 아직 의식 못 찾아
안전관리 소홀 여부 조사

이번 사고의 원인은 밀폐공간에 대한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데 있다. 부산고용노동청이 11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합동 조사를 벌인 결과 현장에서는 황화수소 농도가 노출기준(10ppm)의 10배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들 인부는 마스크, 방독면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 관련 법에 따라 들어가기 전 산소 및 유해가스에 대한 측정도 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외부 감시인을 둬 긴급 상황에 대비하는 등의 조치를 했는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부산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맨홀 등 밀폐공간 질식사는 갈수록 늘고 있다. 2014년 8명, 2015년 8명, 지난해 10명이다. 지난달 22일에도 전북 군산시의 한 맨홀 오수관에서 안전장비 없이 작업하던 인부 2명이 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송문현 부산고용노동청장은 "날씨가 더워지면 정화조, 폐수처리장 등 밀폐공간 사고 위험은 더욱 커진다"면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안전조치만 시행하면 질식사는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고용노동청은 11일 오후 3시 40분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경찰과 부산고용노동청은 공사 업체 대표 등을 상대로 안전 관리 소홀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승훈 기자 lee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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