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학교 밖 토요일을 보내는 '좋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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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청소년수련관이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금정 필 록케스트라'에서 청소년 참가자들이 각자 연습한 악기를 합주 형태로 맞춰 보고 있다. 김병집 기자 bjk@

2012년 시범 운영에 이어 2013년부터 본격 시행 중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가 어느새 5년째를 맞았다. 예술을 바탕으로 상상을 펼치는 '내 꿈의 아지트'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주 5일 수업제 도입 이후 학교를 가지 않는 토요일에, 초·중·고교생과 가족을 위해 학교 밖에서 마련되는 대표적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4월 개강 때 참가 신청을 놓친 경우라도 여름방학을 전후해 2, 3기를 모집하는 프로그램(표 참조)도 있기 때문에 관심 있는 학생이나 부모는 챙겨볼 만하다. 올해 참가 예상 인원만 2000여 명에 이른다. 전액 무료다. '2017 부산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주관으로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 등 문화기반시설에서 춤 연극 미술 인문학 역사 통합 등 총 55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지난 1일 아트커뮤니케이션 라온에서 마련한 '가족과 함께하는 도시樂 party-4탄_문화예술시장 천지삐까리' 교육 현장과 금정청소년수련관이 연중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금정 필 록케스트라' 연습장을 둘러봤다. 프로그램 참가자와 진행자, 관계자도 두루 만났다.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여름방학 전후 2, 3기 추가 모집

라온 '문화예술시장 천지삐까리'
금정청소년수련관 록케스트라 등
재미·감성 다 잡는 프로그램 풍성

■라온, 문화예술시장 천지삐까리


오전 10시 부산 연제구 아트커뮤니티센터 라온 다목적홀. '문화예술시장 천지삐까리'의 10차시 교육 '특색 있는 시장 리노베이션' 수업이 시작됐다.

교육 대상자가 초등학생과 가족이다 보니 주강사 유현미 라온 대표는 '리노베이션'의 의미부터 짚어 나갔다. 그리고 시장의 역할, 시장에 있는 가게들, 시장이 위치하는 곳, 전통시장이 사라지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학생들과 주거니 받거니 했다.

손을 들고 발표를 곧잘 하는 아이도 있고, 그렇지 못한 아이도 있다. 대부분이 엄마와 함께 왔지만 아빠 참가자도 2명이나 된다.

오늘의 미션, 특색 있는 가게(시설) 만들기 시간. '시장엔 있는데 마트에 없는 것은? 마트에는 있는데 시장에 없는 것은?' 등을 생각하면서 '내가 가장 만들고 싶은 시장 시설물'을 각자 만들기로 했다. 우드록과 각종 꾸미기 재료가 주어졌다.

각자 상상을 하고 스케치로 옮겼다. 이른 구상을 끝낸 이들은 재료를 가져다가 건물 모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부모들은 어떤 건물을 구상 중일까 궁금했다.

마트엔 있지만 전통 시장엔 없는 '수유실'을 짓겠다는 이은세(금명초 6년) 양과 장보기를 하다 보면 힘들어서 쉬고 싶을 때가 있다면서 '커피숍'을 구상 중인 엄마 김태영 씨. 핸드폰 판매도 하고 게임도 할 수 있는 '핸드폰 쉼터'를 생각해 낸 추유진(양운초 4년) 양, 작은 도서관과 키즈 카페 같은 실내 놀이터, 반려견을 맡기는 곳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건물을 짓고 싶은 엄마 손지현 씨. 즉석에서 생선을 낚아 갈 수 있는 '유료 낚시터'를 만들고 싶은 전시형(거학초 2년) 군과 시장에 따라온 아빠들이 기다릴 수 있는 휴게실이나 서점을 생각한 엄마 이경아 씨.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행복한 상상을 하느라 진지하면서도 즐거워 보이는 표정이 역력했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일환으로 아트커뮤니티센터 라온이 여는 '문화예술시장 천지삐까리' 프로그램에서 초등학생과 가족 참가자들이 교육 시간에 만든 결과물을 들어 보이며 즐겁게 환호하고 있다. 김병집 기자
유 대표에게 '왜 하필이면 시장이냐?'고 물었다. 그는 "1년 전 시장프로젝트 기획자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 상당히 의미 있는 사업이었지만 일회성으로 그쳤고, '가족과 함께하는 도시樂 party-2탄'으로 '시장통 염탐 백서'를 운영하면서 반응이 좋았던 것도 생각나 업그레이드해서 추진했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다양한 자원이 존재하는 시장도 알리고, 지역 사회 주변 환경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도 "어렵게 개발한 예술교육 콘텐츠들이 사장되지 않고 유통되는 '아트 프로그램 마켓'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호(거학초 2년)·두연(거학초 5년) 두 아이를 데리고 온 양수정 씨는 "꿈다락 프로그램만 벌써 4번째인데 학원에서 배우는 내용과는 차원이 다른 데다 강사의 수준이나 교육 내용도 좋아서 아주 좋다"면서도 "저학년 프로그램이 한정적인 건 아쉽다"고 언급했다.

■금정청소년수련관, 록케스트라

오후 2시 금정구 금정청소년수련관(관장 김강임) 1층 청소년전문음악스튜디오 '금정 필 록케스트라' 연습 현장. 어쿠스틱기타, 일렉트릭기타, 베이스, 드럼 등 같은 악기끼리 방방이 흩어져 기초 교육이 한창이다. 록 음악 악기로 구성된 록 오케스트라, 즉 록케스트라를 창단해 멋진 노래를 웅장한 사운드로 제작, 공연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4월 22일 시작해 오는 12월 16일까지 운영하는 32주 과정. 대상은 14세부터 19세까지 중·고등학생이다. 실용음악 프로그램으로는 부산서 유일하며 5년째 참가 중인 꿈다락 단체다. 청소년수련관엔 연습실과 레코딩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청소년지도사 이훈무 '음악쌤'을 비롯해 인디 밴드 출신의 기타 현민호(스톤드 리드 보컬&기타), 드럼 이철규(나비맛, 엠브르 등의 드럼·고양이레이블 대표), 베이스 최다영(뱅크럽츠, 문스톰퍼스 베이시스트), 레코딩 박정현(마이골든에이지 베이시스트) 씨 등 강사 면면도 예사롭지 않다.

참가자 중에는 부산정보관광고 밴드부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김동은·변정호 군처럼 3학년 학생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혹시 고3 학생이 이런 활동을 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겨우 토요일 반나절이고, 스트레스도 풀려요!"라며 웃는다. 정호 군은 특히 임상병리 쪽으로 대입 수시모집을 준비 중이었고, 동은 군은 타워크레인 기사가 꿈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반대로 가장 나이가 어린 금양중 1학년 이채현·이준서 군은 드럼이 좋아서 지원한 경우. 채현 군은 특히 "YB(윤도현밴드)를 보고 드러머의 꿈을 키우는 중인데 학원을 가려면 비용 부담도 만만찮은데 좋은 선생님한테 공짜로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준서 군 역시 "토요일마다 무료하지 않게 보내고, 꿈다락에 와 있는 동안엔 게임도 안 해서 부모님도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5년째 담당 중인 허일수 씨는 "'록케스트라'뿐 아니라 오전 프로그램 '금정예술공장' 창작곡 CD앨범 제작을 하면서도 아이들이 써 오는 가사를 보면 개인의 고민과 가족 문제 등 모든 것이 은연중에 드러나는데 음악을 하고 발표를 하면서 해결되는 걸 보기도 한다"면서 "이런 활동이 학교 폭력 등으로 나타나는 학교 교육이 가지는 한계에 대한 대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부산문화재단에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경은 씨는 "이 사업 목적은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건강한 여가문화 조성이지만 이런 사업을 통해 부산지역 문화예술교육단체들도 보다 역량을 강화해 자생력도 키우고 프로그램도 성장시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서영수 생활문화본부장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개별 단체 공모 사업이다 보니 아직은 해당 단체에만 문화예술교육이 맡겨지고 있지만 언젠가는 지역거점센터 등을 확보해 학교-사회 연계 프로그램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공감대와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큰 그림을 그려 보이기도 했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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