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삶과 꿈]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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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영 ㈜명진TSR 대표이사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정치적 대혼란은,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한 후 이제 격변의 터널 끝을 지나는 듯한 느낌이다.

필자처럼 정치에 무심한 중소 제조업체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정치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하든 그저 기업의 경영여건이 조금씩이나마 좋아져 회사와 임직원들의 미래가 날이 갈수록 더 희망적인 나라가 되기를 염원할 뿐이다.

정치적 격변 벗어나자
민생·개혁 문제 떠올라
공표 부작용 나기 전에
방법론 결론 내려야

경제학 용어 중에 공고효과 또는 공표효과(Announcement Effect)라는 것이 있다. 알파벳으로 쓰니 좀 길어서 거창해 보이지만, 기실 무척 단순명료한 개념이고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현상인데 단지 용어화해서 정의하는 경우가 잘 없을 뿐이다.

예를 들어, 오늘 각 방송국에서 뉴스시간마다 앵커(아나운서)가 내일 아침 출근시간에 경찰이 안전벨트 미착용을 집중단속할 예정이라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면, 실제로 다음 날 아침에는 단속을 안 하더라도 평소보다 훨씬 높은 안전벨트 착용률을 보이는 그런 현상을 표현한 용어이다.

공고효과는 주로 정부가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경제정책을 발표할 때 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인하)에 관한 언급이다. 대부분의 경우 한국은행 총재는 장기적으로 기준금리의 변동방향에 대하여, 몇 가지 전제조건과 함께 강하게 또는 약하게 조절하여 예고성 발언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고는 추후에 보면 예고된 방향으로 가기도 하지만, 그러지 않을 경우도 많은데, 이는 공고효과로 인하여 기준금리 변동에 대한 예고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여러 가지 경제적 지표가 받쳐 주지 않아서 예고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필자가 난데없이 공고효과를 거론하는 이유는 최근 우리 사회의 많은 공고(예고)된 민생현안들이,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정확한 방법론과 함께 결론 내려져서, 혹시 모를 공고효과로 인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지금 국민들은 민생과 직결되는 여러 화두를 거론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고용 확대, 정규직 전환 등일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은 잘 모르고 있지만 아마도 새 정부가 개혁해야 할 여러가지 중요한 사안도 많을 것이다. 신중하고 전문적인 판단으로 잘 풀어 나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아울러, 한국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제조업에 더 큰 관심을 가져 주기도 바라 본다.

우리나라 경제는 1960년대 이래 지금까지 수출을 전제로 하는 중공업, 철강, 화학, 자동차 산업 등으로 대표되어 왔고, 이를 2000년대 들어 반도체, 휴대폰 등 첨단산업들이 글로벌화되면서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구조로 성장했다.

하지만 중소제조업, 특히 부산·경남지역의 중소 제조업체들은 외부적인 경영환경 악화에 무척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거의 대부분이 대기업에 대한 부품공급사로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자동차와 조선 경기가 불황이면 절반가량의 중소기업 공장에 불이 꺼질 정도다. 오죽하면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임에도 '중국스러운 가격'에 '일본스러운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는 슈퍼히어로급 기업이 많이 생겼다는 우스개가 나돌겠는가.

오랜 가뭄 끝에 요 며칠간 단비가 수차례 내리고 있다. 자칫 폭우로 돌변할까 걱정스럽기는 해도 우선은 무척 반갑기만 하다. 이왕 단비가 내리는 김에,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에도 수주의 단비가 내렸으면 좋겠고, 중국에서 반 토막 난 한국기업 자동차의 판매량도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에 혁신의 화두로 공고된 많은 사안이 이른 시일 내에 최대다수의 국민에게 최선의 행복을 주는 방향으로 마무리되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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