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청년의 농사유람기 '파밍보이즈'] 이 당당한 청년 농사꾼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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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파밍보이즈'는 세 청년의 유쾌한 '농업 유람기'를 로드무비 형식으로 담았다. 영화사 진진 제공

"땅 파서 꿈 캔다."

농업이 천하의 근본, 즉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내세우고 무일푼으로 세계일주에 나선 세 청년이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화제몰이를 한 뒤 전국 개봉(13일)에 나서는 다큐멘터리 '파밍보이즈'의 지황과 하석, 두현이 바로 그 주인공들. 평균 나이 스물여섯으로 '청년 농부'라며 그럴듯하게 포장됐다. 하지만 아직 많은 게 부족한 철부지 농군 지망생인 이들은 벨기에, 프랑스, 호주 등 12개국 농장을 유람하며 지구촌 먹거리 현장을 몸으로 부딪힌다. '농사짓는데 왜 세계 일주'란 질문엔 "선진기법을 배우겠다"며 다소 능글맞은 답을 들려준다. 길에서 배우고 고민하는 그 속으로 들어가 봤다.

평균 26세 농부 지망생들
벨기에·프랑스 등 12개국
무일푼 세계일주 도전기

가축 돌보고 농작물 수확하고…
농장 일 도우며 숙식 해결

재치·몸개그로 웃음·공감 유발
지난해 BIFF 전석 매진 화제작

■무작정 해외로 떠난 철부지 '농군 지망생들'

이들이 택한 무일푼 세계일주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일정 시간 현지 농장 일을 하면서 숙식을 해결하는 일명 '우핑(WWOOFING)'. 예컨대 양을 키워 젖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직접 판매하는 네덜란드 사펜스트릭 농장에 머물며 주인 아주머니 '아니타'와 식구들을 만난다. 이곳에서 이들은 가축들의 삼시세끼를 책임지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피곤할 법하지만 밤에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자작곡 '스마일 어게인'을 노래하며 청년의 낭만을 잊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청년 실업 문제를 유쾌하게 비튼다. 농산물 수확부터 식자재 배달, 청소까지 이른바 '쓰리잡'을 뛰던 청년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다 갈매기 떼를 발견한다. 하석은 "우리나라 취업 시장의 현실을 보여줄게"라고 말하며 재치를 발휘한다. 과자조각을 하늘로 던지자 갈매기들은 몰려들었다. '공무원', '대기업', '공기업'이라고 추임새를 넣으며 던진 과자를 먹기 위한 갈매기들의 경쟁이 꽤 치열하다. 반면 지황이 "농사"라고 외치며 열쇠를 던졌는데 눈치 빠른 갈매기들에게 이내 외면당한다. "이게 우리나라 청년들 현실"이라고 되뇌는 '웃픈' 모습이 보는 이들에게 공감을 전한다.
■지구촌서 풍찬노숙하며 찍은 로드무비

영화는 청년들의 일주를 로드무비 형식으로 따라간다. 덕분에 밀레와 모네의 풍경화 같은 유럽의 수려한 경관이 스크린에 가득 담겼다. 하지만 이들의 여행이 '낭만적'이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 일하며 돈 버는 '워킹홀리데이'로 시작한 이들의 도전은 '서바이벌'을 방불케 한다. 수돗물은 고사하고 시냇물 세수가 일상이고 풍찬노숙도 서슴지 않는다. 라면과 빵으로 허기를 달래는 것도 다반사다.

이렇듯 시종일관 고생길이지만 그럴 때마다 "땅 파서 꿈 캔다"고 외치며 스스로 위로한다. 이유를 물으니 돌아오는 답이 꽤 거창하다. "우리가 마주한 청년 실업문제를 한번 풀어보기 위해서죠." 도시엔 몰리고 시골엔 부족한 것이 우리네 인력 현실. 이들은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 중 하나로 농업을 선택했다. 나아가 주장에 머물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며 '지구촌 행군'을 택했다. 주제는 다소 무거울 수 있지만 극중 세 청년들의 재치있는 말과 서툰 몸개그 덕분에 보는 이들의 자연스런 공감을 이끌어낸다.
■'건강한 도전' 지난해 BIFF서 호평

메가폰을 잡은 이는 장세정, 변시연, 강호준 등 세 명. 이들 감독들은 인터뷰에서 "주인공들은 건강한 도전의식이 있어 좋았다"며 "청년 문제를 너무 슬프게 풀고 싶지 않던 차에 이들을 만나 여행을 응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고무친한 곳에서 낯선 이들과 허물없이 인연을 맺는 모습은 찡한 감동을 준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BIFF 와이드앵글 부문에 공식 초청되는 행운을 잡았다. 당시 입소문을 타고 전석 매진 기록에 관람객 평균 9.5의 평점을 받는 등 부산에서의 반응도 좋았다. 청년들의 농사유람기를 담은 '파밍보이즈'가 과연 취업준비생들에게 참고할 만한 지침서가 될 수 있을까.

남유정 기자 bstoda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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