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윤한 동아대생, 고비사막 극한마라톤대회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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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km 7일간 완주 … 광활한 자연 속 겸손함 배워

세계4대 극한마라톤대회 중 하나인 중국 고비사막마라톤대회를 완주한 내윤한(국제관광학과 2) 동아대 학생이 화제다. 고비사막마라톤대회는 총 250km의 코스를 여섯 구간으로 나누어 모래 위, 평야와 호수 등 척박한 지형을 7일 간 달리는 대회로 지난 18∼24일 열렸다.

고비 사막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으로 참가자들은 의복과 식량 등 생존에 필요한 장비를 메고 매일 약 43km를 제한 시간 내에 통과해야 한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인 9명을 포함해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마라토너 120여 명이 참가했으며, 내 학생은 76등으로 완주의 기쁨을 누렸다.

내 학생의 도전은 스펙 쌓기가 아닌 청년의 순수한 도전 정신으로 이뤄졌다. 그는 평소 꿈꾸던 곳을 직접 가보는 열혈 청년으로 지난 2014년 자전거 전국 일주, 2015년 에베레스트 인근 칼라파타르 푸모리봉 등반 등을 통해 자신이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임을 알게 됐다.

그리고 광활한 사막에서 뛰는 마라톤대회를 동경하기 시작했고, 참가를 위해 600만 원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군대 급여와 아르바이트로 600만 원을 마련했다. 막상 돈이 모이니 '꿈을 실천할 것이냐, 말 것이냐'하는 고민이 시작됐다. 유럽자유여행, 휴양지 관광 등 대학생이 흔히 꿈꾸는 바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돈이 사막에서의 단 7일 마라톤에 쓰인다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민 끝에 진짜 20대에 도전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으로 참가 신청을 완료했다. 국내의 주요 하프마라톤, 풀마라톤 등을 뛰며 대회 준비를 했다.

사막에서의 마라톤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힘들었다. 열사병에 걸린 참가자들이 속출했고, 시원한 물 한 모금 구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마지막 코스였던 82km 구간은 52도가 육박한 무더운 환경에 밤샘으로 걸어야 했다. 미지근한 물을 팔토시에 적셔가며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그는 "죽을 것 같은 힘든 순간이 오면 부모님 등 소중한 사람이 떠오를 것 같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죽고 사는 생존의 문제 앞에서는 오로지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만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진짜 절박함이 있으면 사람이 무서울 정도로 변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이 절박함을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날, 흐릿하게 피니쉬 지점이 보였지만 계속해서 걸어도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았다. 누적된 피로와 졸음으로 대열에 맞춰 함께 걸어가던 한국인들과 흩어졌다 모였다를 반복했다.

마치 희망고문과도 같았다. 그는 이에 대해 "마음을 가다듬지 않으면 정말 중도 포기할 것 같았다"며 "먼 미래보다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완주의 기쁨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오히려 기쁜 순간들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변화를 준 소소한 기억들이었다. 특히, 이스라엘 국적의 참가자가 중도 탈락자가 된 한국 여성 참가자에게 메달을 건네며 “무슨 말이든 위로가 될 순 없지만, 자신이 여러 번의 도전 끝에 얻은 메달로 너의 행운을 빈다”고 말하던  모습은 큰 감동이었다.

아픔을 공유하고 싶었지만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그에게 행동으로 위로를 보여준 이스라엘인과 말없이 같이 울어주던 한국인 참가자의 모습은 타인을 진정으로 배려하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또한, 본인 몸 챙기기도 힘든 상황에서 경쟁자를 응원하며 끝까지 함께 달리는 다른 참가자들의 모습을 통해서는 목표 달성이 아닌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완주에 목적을 두고 갈팡질팡 하던 자신이 부끄러워 눈물을 흘렸다.

완주를 하고 나면 '대단한 도전'을 한 멋진 청년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도 깨졌다. 광활한 사막에서 홀로 뛰다 보니 자신이 마치 지구의 작은 점이 된 듯했다.

자신 하나가 사라져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대자연 속에서 그는 겸손함을 배웠다. "누구나 본인이 특별하다고 생각하거나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며 "저 또한 그렇게 생각했는데 평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하루하루를 성실히 채워가는 것이 더 값지다는 금쪽같은 교훈을 얻었다"고 전했다.

지난 28일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현재 인도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다. 마라톤대회에서 부족한 영어 실력 탓에 세계 각국 참가자들과 소통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두 달 후에 귀국하는 그는 "마라톤대회를 통해 자신을 내려놓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며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내면을 먼저 관찰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전했다.

디지털미디어본부 new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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