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만남' 사기 '몸캠피싱' 협박 45일 만에 9억 4000만 원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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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30대 예비부부가 조건만남과 화상채팅 등을 이용한 속칭 '몸캠피싱' 수법으로 돈을 가로채는 사기단의 현금 인출책에 가담했다가 나란히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2년여 전 B(30) 씨와 교제를 시작한 A(34·여) 씨는 올해 초부터 동거를 시작했다. 마땅한 직업이 없던 A 씨는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올해 2월 인터넷에서 '통장 삽니다'는 글을 발견하고 자신의 명의로 개설한 통장 8개를 개당 10만 원에 팔았다.

인출책 예비부부 검거
금융 사기단 수사 확대

공교롭게도 A 씨가 통장을 판매한 사람은 금융 사기를 벌이는 일당 중 한 명이었다. 통장을 사들인 사람은 얼마 뒤 A 씨에게 연락해 "인출책을 하면 돈을 더 주겠다"고 유혹했다. 갚아야 할 대출금이 있는 데다 생활비 마련도 쉽지 않았던 A 씨는 무직인 동거남 B 씨에게 동업을 제안해 함께 범행에 나섰다.

A 씨 커플을 지휘한 총책은 한국 남성들에게 스마트폰 영상통화로 음란 행위를 유도한 뒤 휴대전화에 악성코드를 깔아 전화기에 저장된 주소록을 빼냈다. 이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알몸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해 돈을 가로챘다. 사기단은 또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원하는 여성과 성관계를 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며 조건만남을 미끼로도 금품을 받아냈다. 올 4월 10일부터 5월 25일까지 사기 조직이 받아 챙긴 돈은 9억 4000만 원에 달했다. A 씨 커플은 두 달 동안 이렇게 입금된 돈을 인출해 중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윗선에 전달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5000만 원가량을 챙겼다.

그러나 이들의 범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경찰이 조건만남 보증금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하면서 A 씨 커플의 범행도 발각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피해자 중 37명만 경찰 조사에 응했고 나머지는 조사를 거부하거나 피해 사실이 없다고 하고 있어, 실제 피해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A 씨와 B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이들이 속한 사기조직 윗선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양가 부모 상견례를 마치고 조만간 결혼할 예정이었다.

민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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