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도권 난개발과 지역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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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중 넥센타이어·KNN 회장

수도권이 비대해질수록 지방은 공동화된다. 지방경제를 살려 달라고 전국 곳곳에서 수십 년 동안 목소리를 높여 왔지만, 해묵은 숙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산상공회의소는 '여야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를 갖고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하여 수도권 과밀화를 막아 달라고 후보들에게 건의하였다.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은 약속대로 수도권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이 법을 개정하여 서울·인천·경기 지역에 대규모 공장의 신·증설과 4년제 대학의 설립을 억제하였다. 이 바람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은 충남 아산에 증설되었고, 가전 공장은 광주로 이전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법의 효과는 충남과 충북 등 수도권과 가까운 지역에 한정되었다.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1995년부터 20년 동안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 추세를 보면 충남이 475% 증가로 1위였으며, 경기가 327%, 충북이 240%로 그 뒤를 이었다. 부산은 173%, 경남은 104%였으며, 울산은 광역시로 승격한 1998년 이후 154% 증가에 그쳤다. 동남권 광역시·도는 전국 평균 239%에도 크게 못 미쳤다. 경남이 20년 동안 2배로 성장한 반면 충남은 6배로 훌쩍 커진 셈이다. 취업자 수도 부산은 2.5% 경남은 0.6% 감소한 데 비해, 경기(91%) 인천(50%) 충남 (46.5%)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지방에 혁신도시가 건설되고 인구가 다소 늘어났지만 지방경제 활성화는 아직 요원한 게 사실이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수도권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 돌아오는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수도권에도 확대 적용하였고, 대규모 산업단지가 법망을 피해 가면서 수도권 곳곳에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부산일보가 기획특집으로 보도한 대로 판교 테크노밸리와 서울 마곡지구는 국내 대기업의 첨단연구센터를 블랙홀처럼 끌어들이고 있는 현실이다. 인천 송도에 조성한 글로벌 캠퍼스도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취지에 어긋난다.

농업도시였던 경기도 김포시가 도농복합도시로 탈바꿈하면서 이 지역에는 김포골드밸리 산업단지와 한강신도시, 인천-김포고속도로 등 대형 개발사업이 봇물이 터지듯 하고 있다. 평당 50만 원이던 땅값이 5년 사이 300여만 원까지 치솟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수도권 자연보전권역에 들어선 공장 6494개 가운데 99%가 개별입지로 난개발과 자연훼손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더구나 미군기지가 떠나간 경기도 북부 지역에 대학 캠퍼스가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 공동화라는 극단적인 양극화를 해결할 방법은 강력한 지역분권 실시와 국토균형발전정책의 엄정한 집행뿐이다.

지난 4일 부산 벡스코에서 KNN 주최로 열린 '지역분권 대포럼'에 앞서 실시된 부·울·경 주민 1000명과 전문가 100명 대상 여론조사에서 지역민의 59.9%와 전문가 88%가 지역 분권형 개헌에 대해 매우 찬성하거나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포럼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은 "조선·해운산업 위기로 실업자가 발생해도 부산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애로사항 청취와 관공선 조기 발주를 정부에 건의하는 것뿐이었다"며 지역분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내년 지방선거 때 지역분권 개헌이 이루어져 수도권을 난개발하지 않아도 전국이 다양한 방식으로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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