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동성 파티'는 끝났다…긴축의 시대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미국과 한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를 살리려고 돈을 쏟아붓는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음이 들려온다.

숨이 넘어갈 듯 위급한 상황을 넘기기 위해 유동성을 퍼붓는 응급처치를 했던 중앙은행들이 최근 경제성장세가 안정 궤도에 접어들었다며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점진적 긴축으로 깃발을 바꿔 들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27일(현지시간) 포르투갈에서 열린 ECB 연례포럼에서 "디플레이션 위협이 사라졌다"며 긴축을 시사해 충격파를 던졌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하던 시장은 깜짝 놀랐다.

유로화가 뛰고 주가와 채권 가격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드라기 총재 발언이 나오기 조금 전인 25일(현지시간) 중앙은행들의 은행으로 불리는 BIS도 연례 보고서에서 금리인상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BIS는 "금리를 장기간 너무 낮게 유지하면 금융안정과 거시경제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금융시장의 위험 감수 투자가 가속화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보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예상된 금리인상에 더해 보유자산 축소 계획을 전격 발표하면서 금융시장에 방향을 제시했다.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은 이어 27일 영국 런던에서 "금융감독 당국이 금융 시스템을 개선시켜서 우리 생애에 또 다른 금융위기는 없을 것 같다"고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옐런 의장은 "자산 가치가 주가수익률(PER) 측면에서는 다소 높아 보인다"고 언급했다.

최근 물가 지표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 등을 들며 금리인상이나 보유자산 축소 가능성을 낮춰 보는 견해가 확산하던 것을 차단한 것이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도 3년 만에 시장에 이전과는 다른 신호를 줬다.

이주열 총재는 미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 12일 "통화정책 완화 정도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영국도 브렉시트 협상 등과 관련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남아있긴 하지만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 충격을 우려해 금리를 내렸으나 이후 상황은 걱정한 수준 보다 좋다는 것이다.

일부 투자은행들은 "영란은행 내부에서 인플레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며 8월에 0.25%포인트 인상을 점치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9일 "일본도 경제 성장률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디플레 우려가 가셨다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주요국 긴축 정책이 유가 하락과 맞물려 큰 충격파를 던지거나 금융시장을 흔드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력이 약한 신흥국이나 부채가 많은 국가, 자원수출국 등의 경제가 위기를 맞고 글로벌 경제가 다시 휘청이는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에서 점진적, 단계적 긴축을 언급하긴 하지만 시장에서는 2013년 연준이 양적완화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시사했을 때 이른바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이 발생한 일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