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이 미세먼지 주범?…영흥화력발전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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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 1~4호기 전경. 남동발전 제공

'탈원전·탈석탄'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발전사들과 협의를 통해 6월 한 달 간 한국남동발전 삼천포화력발전소 1·2호기 등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를 가동정지(셧다운)한 가운데, 지난 22일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에 위치한 한국남동발전(본사 경남 진주) 영흥화력본부를 찾았다.

영흥대교를 건너 영흥도 남서쪽 해안가로 접어들자 높이 200m에 달하는 굴뚝(연돌) 4개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화력의 메카로 불리는 영흥화력본부에는 800㎿(메가와트)급 1·2호기와 870㎿급 3~6호기 등 총 6기의 화력발전소가 운영 중이지만 설비효율화를 통해 연돌을 4개로 통합했다.

■최고 수준 발전설비와 환경설비 자랑

버스 편을 이용해 입구로 들어서자 영흥본부 발전소 내 유휴부지에 6㎿급 태양광발전설비가 눈길을 끌었다. 기차 레일처럼 펼쳐진 석탄을 운반하는 컨베이어벨트, 회색 빛 사일로우도 눈에 늘어왔다.

영흥화력발전소 유휴부지 내 태양광발전 시설. 남동발전 제공
수도권 전력의 4분의 1을 공급 중인 영흥화력본부는 선입견과는 달리 '이곳이 화력발전소가 맞나' 싶을 정도로 굴뚝에서는 하얀 연기가 그것도 소량씩 올라오고 있는 정도였다. 최고 수준의 발전설비와 탈황·탈질설비 등 최상의 환경설비 덕분이다.

영흥화력본부에서는 매일 덤프트럭 20대 분량인 4만 8000t의 유연탄을 연료로 사용하는데도 석탄가루나 석탄냄새를 느낄 수 없다. 석탄을 쌓는 기술과 밀폐된 운반 컨베이어벨트 덕이라는 게 김부일 영흥화력본부장의 설명이다. 그것도 모자라 야외 저탄장 외곽에는 15m 높이의 소나무 방풍림을 조성해 놨다.

사람의 두뇌 격인 발전소 내 '메인 컨트롤 룸'으로 들어서니 운전인력들이 보이고, 벽면 스크린에는 SOx(황산화물), NOx(질소산화물), Dust(먼지) 등 배출량 수치가 적혀 있다.

남동발전 발전소별 상황판을 보니 지난 1일부로 한 달 간 셧다운에 들어간 남동발전 삼천포화력발전소 1·2호기는 '급전대기' 표시가 돼 있다.

삼천포화력 1·2호기의 경우 발전소를 셧다운했지만 전력거래소의 지침에 따라 전력수요에 대비해 '급전대기' 상태로, 항시 발전준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조민우 부장(제3발전처 기계부)이 설명했다.

영흥화력본부는 환경설비에만 1조 4000억 원을 투자했다. 운영 및 설비개선비로도 매년 640억 원을 투자한다.

김부일 영흥화력본부장은 "영흥화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도권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이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환경규제를 적용받고 있다"며 "실제로 영흥화력은 배출허용기준 대비 황산화물(SOx)은 32~59%, 질소산화물(NOx)은 41~87%, 먼지(Dust)는 19~26%로, 환경오염물질 평균 배출량이 기준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발전에 사용된 석탄재(석탄회)는 준설토 등과 혼합해 특수공정을 거쳐 인공 경량골재로 재탄생해 시멘트 연료, 화분, 벽돌, 고속도로 방음벽 등 고부가 건축자재로 재활용된다.영흥화력이 석탄화력발전소인데도 세계적 친환경 발전소로 주목받는 이유다.

영흥화력본부에는 태양광 8.2㎿(3개단지), 풍력 46㎿(17기), 소수력 12.6㎿(6기) 등 신재생 발전설비가 총 66.6㎿에 달한다. 7월 준공 목표로 8㎿급 ESS(에너지저장장치)도 설치 중이다.

■남동발전 '미세먼지 저감'에 1조 원 투자

국내에서 석탄화력발전 비율이 가장 높은 남동발전은 오는 2025년까지 1조 700억 원을 투입해 2015년 대비 미세먼지 배출량을 최대 72%까지 감축할 계획이다.

국내 발전 5사는 지난해 12월 정부와 맺은 미세먼지 감축 이행을 위한 협약에 따라 △노후 석탄화력 10기의 폐지 △연료 전환 △환경설비 보강 및 전면 교체 등을 통해 미세먼지 배출량을 2015년 대기환경물질 배출량 대비 2019년엔 25%를 감축하고 2030년까지 50%를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남동발전은 이보다 목표치를 상향해 미세먼지 배출량을 2019년엔 35%, 2025년에는 72%까지 감축한다는 선제적 목표를 수립했다.

이를 위해 남동발전은 영동발전소는 2020년까지 사용연료를 석탄에서 바이오연료로 전환하는 한편 올해까지 탈질설비 등 환경설비를 신설·보강할 예정이다. 특히 삼천포화력 3~6호기, 영흥화력 1·2호기 등은 1단계로 2019년까지 환경설비를 보강하고, 2단계로 2025년까지 환경설비를 최신설비로 전면 교체해 미세먼지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의 탈황설비. 남동발전 제공

장재원 남동발전 사장은 "남동발전은 미세먼지 저감뿐 아니라 대기질 향상을 위한 노력을 적극 펼쳐 나갈 계획"이라며 "대기질 측정 시스템 확대 설치와 정보 공개를 통해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감축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남동발전은 또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부 정책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전체 발전비율의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 20%'를 제시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보다 5년 빠른 목표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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