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나간 정신병원, 환자에게 청소·간병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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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모 병원지부가 22일 양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태권 기자

경남 양산지역 한 정신병원이 수십 년간 입원 환자에게 청소와 세탁, 간병 일을 시킨 뒤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모 병원지부는 22일 양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병원이 1989년 개원 이후 수십 년 동안 입원 환자들을 청소나 세탁, 간병 일을 시켜왔다"며 "병원은 일을 한 환자에게 1600~5500원 정도의 일당을 지급, 노동력을 착취했다"고 주장했다.

양산지역 병원 노조 폭로

일당 1600~5500원 주고
수십 년 동안 노동력 착취
여자 환자에 성희롱 의혹도

병원 측 "활동요법 쓴 것"

병원지부는 "식당 배식은 5500원, 복도와 화장실 청소는 2933원, 식당 청소는 2200원, 간병 일은 1666~3333원 정도를 지급했다"며 "특히 간병 일은 본 환자는 다른 환자 7~8명을 간병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일을 하고 있는 환자는 20여 명으로 알려졌다.

병원지부는 또 여자 환자에 대한 남자 직원의 성희롱과 성추행 의혹도 제기했다.

병원지부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여자 환자에 대한 남자 직원의 성희롱과 성추행 등 부적절한 문제가 잇따라 발생했지만, 병원 측은 의혹 규명을 하지 않고 당사자 사직과 함께 사건을 덮어버리는 데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병원지부는 지난해 8월 중순부터 후진국 전염 피부병인 '옴'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했고 올해도 19일 또 다시 입원환자 중에 옴이 재발했다"며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병원 측의 늑장대처 등으로 확산되면서 옴 환자가 30명 안팎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병원지부는 병원에서 행해지고 있는 환자의 노동력 착취 등에 대한 조사를 하루빨리 실시할 것을 경찰과 노동청, 양산시에 촉구했다. 또 "시는 옴에 관련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법에 맞는 행정제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병원 노조지부장은 "병원 측의 불법적이고 비인도적인 처사에 대해 관계 당국에 진정과 고발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25년 전부터 입원환자에게 투입한 약물 효과를 높이기 위해 '활동요법'으로 청소와 세탁, 간병 일을 시켜왔다"며 "활동요법을 시행하기 전 환자는 물론 보호자에게 동의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또 "다음 달부터 환자에게 일을 시키지 않고 외주로 돌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병원 측은 또 "노조가 주장한 성추문은 조사를 했지만, 물증이 없고 직원이 결백하다면서 그만두는 바람에 마무리됐었다"며 "옴은 병원이 개원한 이래 지난해 처음으로 발생해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이와 관련 양산시는 "노조가 주장한 내용에 대해 진상을 파악한 뒤 위반이 있으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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