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칼럼] 바다가 일자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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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선 세계해양포럼 기획위원장 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책방이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최근의 변화를 보면 '서점의 반란'이라 할 정도로 새로운 스타일로 바뀌고 있다.

서울 강남 선정릉 근처에 있는 최인아 책방은 일반의 상식을 깨고, 4층에서 영업하고 있다. 취급서적도 역사·여행·광고와 인문학 등으로 최근의 트렌드에 따랐다. 커피도 판다. 그러면서 늦은 밤 저자 특강과 세미나, 음악회 등을 수시로 열어 서점을 동네 열린 문화공간으로 내놓았다.

유럽 조선소·항만 불황 빠지자
역발상으로 새 비즈니스 발굴
바다=수산업 낡은 생각 버리고
우리도 바다서 일자리 창출을


중국 난징에 있는 선봉서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제 강점기 방공호를 개조한 이 서점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서점의 하나로 선정됐을 정도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최인아 책방과 마찬가지로 서점을 플랫폼으로 라이프 스타일 판매를 영업 전략으로 한다. 이 같은 변화 바람을 불러온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언론에 자주 소개되고 있는 일본 쓰타야 서점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서점의 변신은 쓰타야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의 아이디어를 문화 상품화한 것이다. 책 배치도 기존의 10진법 분류법에 따르지 않고 주제별로 정하는 한편, 관련 상품을 곁들여 파는 역발상 아이디어와 기획력 하나로 대박을 쳤다.

경쟁이 치열한 바다의 경우도 역발상을 통해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드는 사례가 많다.

유럽 조선소의 변신이 대표적이다. 유럽은 1980년대 들어 조선산업과 항만이 무역패턴 변화 등으로 침체에 빠지자 산업구조 조정과 도시재생사업을 벌여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섰다.

프랑스 마르세유와 낭트, 영국 리버풀, 독일 함부르크, 스웨덴 말뫼와 예테보리 항구 등은 시민과 정부가 손잡고, 미래 산업 트렌드를 분석해 지역특색에 맞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냈다. 대항해 시대 프랑스의 해양 전진기지였던 낭트항은 쇠를 다루던 조선소들의 특성을 살려 움직이는 동물 기계 프로젝트로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영국의 리버풀항은 비틀스박물관과 노예박물관을 만들고, 테이트미술관 분관을 유치해 유럽 문화수도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렇게 해서 5만 명이 넘는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말뫼의 눈물'로 널리 알려진 스웨덴 코쿰소 조선소와 항만은 토양 정화과정을 거쳐 유럽 최고의 친환경-첨단-지식-문화도시로 탈바꿈했다. 조선소 폐부지에 주거와 비즈니스, 컨벤션 기능을 넣어 지역 주민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배려했다.

부산 스타트업 '요트탈래'도 아무도 가지 않던 뱃길을 다시 만들고 있다. 부산 해운대 수영만요트경기장 계류장에 묶여 있던 요트를 빌려 사업화에 나선 사람은 김건우 대표밖에 없었다. 창업 3년째로 접어든 김 대표는 요트로 해양스타트업을 창업하는 한편 '요트 숙박업'이라는 새로운 업종을 창출했다. 최근에는 이 사업을 전국 주요 항만으로 확대하고, 요트를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요트수리와 교육 등 부가서비스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가장 큰 화두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국회 추경편성과 관련한 의정연설에서 현재 우리가 직면한 일자리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못하게 되면 국가적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가 원하는 좋은 일자리는 정부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부와 관련기업, 시민들이 힘을 합쳐야 가능한 일이다.

그동안 바다와 해양산업은 전통적인 해양수산업으로만 인식되어 왔다. 이제 과감하게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부를 일구고,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일감이 없는 조선소, 일할 사람이 없는 어촌, 일자리 없는 연안도시'를 생기 넘치는 황금의 바다로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내려진 준엄한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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