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노인복지관 '두메게 봉사단'] "힘들죠? 같이 힘내요" 또래 노인이 전하는 진심 어린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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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우울증과 자살 예방을 위해 또래 노인이 '노년 행복 컨설턴트'로 나서는 '두메게 봉사단'이 동구노인종합복지관에서 자원봉사 교육을 받고 있다. 동구노인종합복지관 제공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도 1위인 나라. 통계가 보여주는 우리나라 노년은 눈물겹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65세 이상 노인 1만 2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산지역 노인 중 15.5%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해 '자살생각률'은 전국 7대 도시 중 가장 높았다.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39.4%) '건강'(29.6%) '부부 자녀 친구 갈등 및 단절'(13.1%) 등의 순이었다. 특히 '부부 자녀 친구 갈등 및 단절'로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은 전국 평균(11.5%)보다 높고, 7대 도시 중에서도 가장 높았다.

"노인 마음 가장 잘 아는 이는 노인"
자원봉사 노인들 컨설턴트로 선발
설문조사 진행하고 함께 여가활동
위기 노인-복지관 매개 역할 톡톡

부산 노인 '자살생각률' 전국 최고
老老케어 통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노인들이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할 방법은 없나. 동구노인종합복지관은 노인자원봉사자들이 또래 노인의 우울증과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활동하는 '노년 행복 컨설턴트-행복을 배달하는 두메게 봉사단'을 운영한다.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가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동구 뿐 아니라 남구, 자성대, 어진샘, 동래구, 강서구, 기장군 부산지역 7개 노인복지관에서 올해 말까지 운영된다.

동구노인종합복지관 김영현 사회복지사는 "부족한 사회복지사 인력만으로는 지역에서 우울증을 앓는 노인을 찾아내는 데 한계가 있어 또래 집단을 활용해 실태 파악을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노-노(老老) 케어의 형태로 지역 내 노인 돌봄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작은 첫 걸음인 셈이다. 그는 "서로를 잘 이해하는 또래 노인들이 '위기의 노인'을 찾아내 필요한 기관과 연결해주는 이 프로그램은 노인자원봉사자와 대상자 모두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인 힘으로 만드는 사회안전망
 
동구노인종합복지관은 노인 우울 예방 자원봉사활동을 원하는 60세 이상 노인 35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4회에 걸쳐 '노년 행복 컨설턴트 가이드북에 따른 자원봉사활동 교육' '우울·자살 예방 교육' '게이트키퍼 교육' 등을 받았다. '노년 행복 컨설턴트'들은 이달 말부터 주변 노인들의 정신 건강 지킴이 활동을 시작한다. 이들이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가 배포한 '어르신 마음건강 체크' 15문항 설문을 이웃이나 친구에게 받아 복지관에 전달하면 복지관은 우울지수를 파악해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노인들에겐 행복플러스 교육을 실시하고, 위험군 노인은 보건소나 병원에 연결해 줄 예정이다.

행복플러스 활동인 '함께 하는 오감만족'은 봉사자와 수혜자가 멘토-멘티 관계를 형성해 같이 영화를 보고, 김밥을 만들고, 노래도 배우는 시간. 노노케어의 형태지만 노인들이 함께 우울을 떨치는 시간이기도 하다.

■"내가 '행복 컨설턴트'로 나선 이유"

지난 20일 동구정신건강증진센터가 진행한 '우울 자살 예방 교육'에 참가한 자원봉사자. 동구노인종합복지관 제공
'두메게 봉사단' 모집 공고를 보자마자 자원봉사 활동 신청을 한 이금숙(여·63·동구 초량동) 씨는 "행복한 노년 보내기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노인 서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해 망설임 없이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친정어머니가 우울증에서 치매가 됐기 때문에 우울증 예방이 중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며 "전문가는 아니지만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에게 전문가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 데는 30년간 생명의 전화 상담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큰 힘이 됐다. 이 씨는 "돌이켜보면 30년 자원봉사활동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나였다"며 "노인들이 함께 건강한 노년을 보내는 데 작은 힘이나마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성용(81·사하구 하단동) 씨도 "말벗 없는 독거노인들은 우울증에 걸리기 쉬울 듯해 노인들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즐겁고 건강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 자원봉사자로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자원봉사자 교육이 있던 20일 오후에도 "동구 수정동 만리 경로당 노래 교실 지도를 마치고 동구노인종합복지관으로 바쁘게 왔다"고 했다. 강 씨는 노래교실 강사 활동뿐 아니라 오카리나 연주, 우리춤 추기 등 다양한 취미 활동도 열성적으로 하고 있다.

■우울증, 치료가 필요한 '뇌의 병'

20일 오후 동구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노인자원봉사자 대상 '우울·자살 예방 교육' 시간. 동구정신건강증진센터 김은아 팀장은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 아닌 뇌 기능의 이상에서 생기는 병"이라며 "우리나라 노인 20명 중 3명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했다.

"우울감은 활발한 바깥 활동을 통해 떨칠 수도 있지만 우울증은 약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 병"이라는 것이다. 우울증으로 판단할 수 있는 증상은 △우울하고 저조한 기분(좋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상태)△불면증에 시달리거나 너무 많이 자거나 △짜증 나고 초조한 상태가 계속되거나 △삶이 가치 없는 것 같고 지난 일에 대한 자책이 자주 들고 △집중력 기억력이 떨어지고 우유부단해지고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하기도 하는 경우다. 이 중 5가지 이상의 증상이 매일,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김 팀장은 "노년기 우울증은 초기에 진단해 약물치료를 하면 호전될 수 있다"며 "우울증이 의심되면 의사와 상담한 후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승아 선임기자 se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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