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아트 프로젝트 기획 '성생활 19금 아트 페스티벌' 가 보니] 마음속 장막에 가둔 性 속 시원히 얘기해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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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섹스합니다. 섹스는 판타지나 키치가 아니었어요. 각자의 일상이고 취향입니다. 그런데 왜 이리도 수줍어하는 걸까요? 섹스를 이야기하고 표현하는 사람들을 모았어요.'

흠흠~ 마음을 다잡고 찾아간 '더 나은 성생활을 위한 19금 아트 페스티벌'의 전시장 벽에 이런 안내문이 떡하니 붙어 있다. 청년들의 성에 대한 솔직담백한 인식을 알고자 왔는데 아무래도 쭈볏쭈볏해지는 것은 '섹스'란 말만 들어도 얼굴이 붉어지는 시절을 보냈기 때문인가.

성, 음탕한 것도, 무서운 것도 아닌
자연스러운 것… 일상이자 취향

국내외 에로티시즘 아트 전시
성문화 관련 열린 토크쇼 등 진행

"자유롭게 상상하고 즐겨라
결국 타인과 소통·교감의 문제"

막상 샅샅이 보고, 경청한 청년들의 성 아트 페스티벌은 결론적으로 말하면 야하지도, 음탕하지도, 충격적이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나에게 찾아온 아트'를 추구하는 온 아트 프로젝트 팀이 기획한 'ON ART SESSO'는 5월 26~27일 부산 서면 라이트타운 5층에서 진행됐다.

온 아트 쎄소 포스터.
"사람들은 보통 대중매체에 비치는 것이나 타인의 정보에 의존에서 성을 받아들이잖아요. 그것은 올바른 성 의식을 확립할 수 없죠." 프로젝트를 기획한 박다온 문화기획자가 말했다. 박 기획자는 "다른 사람의 시각이 아닌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주체성을 가지는 성 의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페스티벌은 크게 세 가지 분야로 구성했다. 첫째 전시회. 국내외 작가 아홉 명이 출품한 에로티시즘 아트다. 전시장은 복층으로 구성돼 있었다. 설치 미술 작품을 출품한 이소현 작가에게 설명을 들었다. 두 개의 소파가 마주 보고 있고, 깨진 유리가 깔린 탁자가 있다. 그 위에는 촛불을 담은 등이 천천히 회전하고 있다. 작품의 제목은 교감(eye to eye).
전시회에 출품한 미술 작품.
이 작가는 주최 측으로부터 출품을 제안 받고 많은 고민을 했는데 그 흔적이 작업일지에 담겨 또다른 형태로 전시되고 있었다. 메모를 살펴봤다. '나는 불완전하고, 또한 과거·미래에도 그럴 것이나 이런 나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며 왜? 우리가 sex는 부끄럽고 창피한 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고 썼다. 작품을 다시 자세하게 봤다. 소파의 천에는 수많은 X와 Y가 배열돼 있다. 남성과 여성을 상징하는 성염색체다.

"제가 생각하기에 남녀 간의 성은 교감이에요. 그런데 너무 말초적인 자극으로만 비춰지죠. 작품 속의 거울은 시선을 설명했죠. 자기의 시선, 타인의 시선, 훔쳐보는 관능의 시선을." 이 작가는 행위보다는 관계와 감정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장의 누드 크로키.
전시 작품 중에는 이탈리아 작가로 온라인에서 이름이 난 프리다 캐스탤리의 작품도 있었다. 기획자가 작가에게 직접 연락을 해서 원화를 받았단다. 작품은 이미 팔렸는데 전시 작품의 수익금은 소녀상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란다.

작가 중에는 성 소수자도 있다고 했다. 한국화가인 소희 씨는 불교 정신과 성화를 접목해서 여성의 성기를 우주로 표현했다. 여성의 자궁을 생명의 근원이자 우주적 기운이 넘치는 것으로 표현한 것이다.

전시회 첫날은 미술 작가와 음악밴드 '보수동쿨러'의 콜라보 무대가 펼쳐졌는데 아직은 성 문화에 대한 인식이 꽉 막힌 탓인지 멜랑콜리한 분위기가 밤늦도록 이어졌다고 한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 라이트타운 5층 온 아트 쎄소 토크쇼에서 참석자들이 진지하게 대화하고 있다.
페스티벌의 백미는 아무래도 거침없는 수위를 넘나드는 토크쇼였다. "쎄소(SESSO)가 무슨 말인지는 다들 아시죠. 이탈리아어로 섹스라는 뜻입니다. 엉덩이의 비속어이기도 하고요." 온라인에서는 꽤 알려진 성 전문가 '레드홀릭스'의 대장 '섹시고니' 백상권 씨의 자문자답으로 시작한 토크쇼는 자위, 오르가슴, 카섹스 등의 단어가 등장하며 19세 이상의 성인들만의 세계를 자유롭게 헤엄쳤다.

백 씨는 말했다. "흔히 20대는 잘못된 성담론을 전형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큰 문제"라고 했다. 성기의 크기, 지속 시간, 성 경험 혹은 지나친 순결과 금욕 등도 사람의 몸과 마음을 억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지만 않으면 뭘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섹시고니 백 씨의 주장은 점점 더 가속 페달을 밟았다. 얼마 전 상영된 외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비친 가학성 성행위에 대해서도 색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서로 공감하고 동의한다면 어떤 장애물도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는 "자유롭게 상상하고 자유롭게 즐겨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중요한 전제를 달았다. 상대의 동의. 서로의 합의가 사전 필수 조건임을 강조했다. 결국 자유로움은 상대(타인)와 자신이 동의하냐는 소통의 문제였다.

독립잡지 '언니네마당' 편집자 출신의 임은주 성 칼럼니스트는 "여자들이 좀 더 기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여자는 즐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두 부류인 것 같다는 임 씨는 아직 여자들이 성을 즐기는 세상은 아니라고 규정했다.

"여성의 성기를 굳이 영어식 '버자이너'로 표현하는 것이 우리 수준"이라며 20대는 자기 몸이 아름답지 않다고 다이어트를 하고 30대는 20대 몸을 부러워해서 성형하고, 40대는 폐경을 걱정하는 게 현실이라서 매우 슬프다고 했다.

임 씨는 "부위 별로 아름다워야 한다는 강박감을 버려라"며 "자기 몸에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면 망가진다"고 경고했다.
참가자들이 적은 소감 쪽지.
한 여성은 자기는 편의점에서 생리대를 살 때 검은 봉지에 넣지 말라고 한다며 세상의 절반이 하는 생리를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청년들의 민감한 질문도 이어졌다. 혼전순결을 지켜야 하는지. 연애하면 반드시 섹스해야 하는지, 사귄 지 100일 된 남자가 같이 자자고 했는데 거부해서 헤어졌다는 경험담까지 숱한 고민을 털어놨다. 답은 명쾌했다. "두 사람의 완벽한 합의가 우선이다."

금기란 없다는 것. 자유롭게 사귀고 사랑하면 된다. 단, 모든 것은 자신의 주체적 판단 아래 선택해야 한다. 토크쇼에 참가한 이예진(24) 씨는 "그러고 보니 공개적으로 성에 관해서 이야기한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아직은 민망하지만 숨기려고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진희(24) 씨도 "알고 싶지만 애써 피하던 내용이 많아 신기했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깊은 이야기를 해서 놀랬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시 기획자 한예리(왼쪽) 씨와 박다온 씨.
페스티벌을 기획한 박 기획자는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장을 연 것"이라며 "향후 성을 주제로 한 음악, 미술, 토크쇼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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