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숲 : 걷기 명상] 느릿느릿 숲을 걸었다… 소곤소곤 숲이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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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과는 또 다르게 숲을 찾은 도시민들이 자신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하면서 말없이 걷고, 중간중간 명상도 하는 '걷기 명상'을 하고 있다. '빛뜰 걷기 명상-금정산 숲길 걸으며 찾는 평화' 프로그램 중 마무리 명상에 든 모습.

초록이 넘실대는 초여름 숲. 등산과 산림욕을 위해서도 숲을 찾지만 '걷기 명상'을 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걷기 명상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생각 그 자체를 쉬고, 내가 걷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쉽고도 간단한 행위다. 즉 걱정, 근심, 불안한 마음을 지워 버리고 현재 걷고 있는 순간만을 생각하며 자신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하면 된다. 그런데 사람들이 왜 걷기 명상을 하는지 궁금한 마음에 무작정 따라나섰다. 한 번은 '빛뜰협동조합' 명상 팀을 따라서 범어사 둘레길을 걸었고, 다른 한 번은 '명상치유센터 참살이 협동조합'에서 주관한 당일 걷기 명상과 차 명상 혼합 프로그램에 동행했다.

한발 한발 내딛는 걸음 집중하며
걱정·불안 등 마음속 상념 지워

맨발로 자연의 기운 느끼며 사색
심신 건강·정신의 풍요로움 추구

명상치유센터 참살이 협동조합이 마련한 당일 걷기 명상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뒷짐을 진 채 묵언으로 장산 숲길을 일렬로 오르고 있다.
■숲 맨발 걷기와 휴식 명상만으로도 행복한 쉼

'2017 빛뜰 걷기 명상-금정산 숲길 걸으며 찾는 평화'는 오전 10시 부산 금정구 범어사 입구에서 만나서 출발했다. 참가자는 부산귀농학교에서 온 3명, 부산온배움터 관계자 2명, 빛뜰협동조합 소속 명상지도사 3명, 그리고 기자 등 9명이었다. 당초 이 프로그램은 회복 단계에 있는 암환자들을 위한 특별 기획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날 병원 진료 등으로 환자는 모두 불참했다.

정명숙 명상지도사의 안내로 일행은 등운곡 푸른 숲에서 30분가량 '가치성장카드'를 나누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이날 기자가 고른 카드는 '평화'. 평화는 두려움이 없는 마음이고, 이기적이지 않다는 설명이 눈에 들어와 선뜻 고르긴 했지만 뒷면의 '가치잎새'(앞면의 가치 단어와 관련된 성찰 질문)와 '가치뿌리'(가치 단어의 실천 방법) 생각을 나누는 대목에선 보다 큰 뜻의 평화를 성찰하도록 해서 당황했다. 하지만 가치 단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자기소개를 하고, 서로의 마음도 조금씩 열 수 있었다.

금정산 둘레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다들 신발을 벗고 맨발이 되었다. 기자는 용기가 나지 않아 차마 신발을 벗지 못했다. 송영경 명상지도사는 "'맨발 걷기'는 나의 맨발과 지구의 맨흙이 만나는 시간"이라면서 "조심조심 천천히 걸으면 저절로 발에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맨발은 아니었지만 아무 말 없이, 발밑에 집중하며 걷는 동안 새소리와 바람 소리는 더욱 크게 들려왔다.

오전 11시 10분께 '바위숲'에 이르렀다. 그곳에선 다시 20분 정도 휴식 명상에 들어갔다. 뿔뿔이 흩어져 각자 편한 장소에 자리를 잡았고 가부좌를 틀었다. 생각이 올라올 때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스님 산책로'를 따라서 다시 걷기 시작해 범어사 계곡으로 되돌아 나왔다. 시간은 어느새 12시. 처음 맨발 걷기를 해 본 송명자 씨는 "땅의 기운 때문인지 중력이 느껴졌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번에는 송 명상지도사의 지도로 '엘름 댄스'를 배웠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방사능 인공강우를 맞고 인간을 대신해 희생된 느릅나무(엘름 트리)들을 기억하고 치유하는 춤이라고 설명했다. 마치 지구와 내가 함께 치유되는 느낌이 드는 가락과 동작이었다.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아서 짧은 명상을 한 후 서로가 서로에게 등 마사지를 하면서 하늘의 치유 기운을 전했다.

오후 1시가 되어 각자 집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었다. 누군가는 쌈을 싸왔고, 누군가는 장아찌를, 또 누군가는 막걸리도 챙겨 왔다. 한 사람이 한 가지씩 내놓은 야외 밥상은 진수성찬이 되었다. 소리를 배우고 있다는 김인성 씨의 구성진 노랫가락까지 더해지면서 자리는 더욱 화기애애하게 변했다.

자리를 파하면서 이관옥 씨는 "딱히 무엇을 한 것도 아닌데 너무나 행복한 쉼이었다"고 고백했다. 빛뜰협동조합(cafe.daum.net/twinkleland) 010-2854-4339. 
장산 명상센터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걷기 명상'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혼자 걷든 다 함께 걷든 걷기 명상은 다 좋다

'참살이' 당일 명상은 보통 토요일 오후 2시께 해운대구 장산 대천공원을 출발해 원각사까지 1시간 정도 숲길 걷기 명상을 한 뒤 호흡 명상이나 명상 강의, 차와 자연식을 하는 것으로 오후 6시까지 진행한다. 우리 일행은 당일 명상 프로그램에다 찻잎 따기와 덖기 등 차 명상을 더해 오전 10시부터 시작했다. 이날 안내자는 참살이 협동조합 강종구 이사장과 좌상훈 사무처장.

좌 처장은 먼저 걷기 명상을 할 땐 평소 보폭보다 50% 정도 줄이고, 최대한 발에 집중해서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 가급적 발소리를 내지 않도록 노력해 보라고 권했다. 손은 뒷짐을 지는 게 허리가 펴져서 좋으며, 발은 뒤꿈치부터 발바닥, 발가락 순으로 바닥에 접촉한 뒤 한쪽 발을 바닥에서 떼라고 했다. 또한 명상 중에는 말을 하지 않는 '묵언'을 강조했다.

그는 "걷기 명상은 혼자 걷든 함께 걷든 다 좋다"면서 "함께 걸으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힘이 생겨나고, 혼자 걸으면 사색이 깊어진다"고도 말했다. 좌 처장이 생각하기에 걷기 명상의 장점은 '느림과 여유 그리고 성찰'. 즉, 걷기는 몸을 건강하게 하고, 명상은 마음을 건강하게 하며, 자연을 보고 걷고 생각하면서 사색하는 성찰은 정신을 건강하게 해 삶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혹시, 혼자 숲 걷기를 할 경우에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게 가장 좋다고도 했다. 그래서 낮선 곳은 피하고 익숙한 공간이 좋으며, 가벼운 몸풀기→묵언, 뒷짐, 코로 숨쉬기→평소보다 50% 천천히 걷기(의식적)→편안한 곳에서 명상하기 등 내 마음과 몸이 시키는 대로 육감을 활용해 보라고 조언했다.

차 명상은 차밭에서 각자 찻잎을 따고, 직접 차를 덖는 체험도 하고, 그렇게 만든 차를 우려내 마시면서 원각사 주지 안도 스님과 대화하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호흡 명상은 강 이사장이 진행했다. 그는 호흡 명상에 있어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첫째 히어&나우(Here&Now), 즉 지금 내가 여기에서 충실한 것이고, 두 번째는 지금 이 상황에서 판단하지 않고 오로지 '관찰'만 하다 보면 나중에 통찰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히어&나우의 초점은 호흡법. 강 이사장에 따르면 사람이 하루에 생각하는 게 약 5만 4000가지가 되는데 이를 분 단위로 나누면 수십 가지. 사람이 호흡에 집중한다고 하더라도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생각이 떠올라 그 생각이 에너지를 방전시킨다는 것. 그로 인해 호흡에 집중하는 게 어려운데 이럴 땐 양 콧구멍에 집중해 공기가 콧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끼면서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 보라고 했다.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쉴 때도 숫자를 세는 수식관 호흡법을 시도하면 좋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명상치유센터 참살이 협동조합은 △당일 명상(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2~6시 장산 명상센터) △일반인을 위한 1박 2일 나를 찾아 떠나는 섬 힐링 여행 △CEO&임직원을 위한 1박 2일 나를 찾아 떠나는 섬 힐링 여행 △4박 5일 나를 찾아 떠나는 명상 힐링 여행 △1박 2일 청소년 힐링 캠프 등을 운영하고 있다. 070-8242-8524. 글·사진=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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