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 무너진 네팔 학교, 부산이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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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네팔 신두팔촉 두스쿤학교에서 학생과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학교 완공식을 열었다.

네팔 산간 오지에 사는 아이들은 그림에다 색칠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색칠용품이 워낙 귀해 교사가 아이들의 스케치 그림을 걷어 몇 개에만 대표로 색칠을 해주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네팔 아이들에겐 이마저도 언감생심이었다. 2015년 진도 7.9 규모의 대지진이 네팔을 덮친 뒤 많은 학교가 무너졌고, 아이들은 갈 곳을 잃었던 것이다.

네팔 정부마저 포기한 산간 오지의 학교들을 다시 세우기 위해 부산사람들이 힘을 모았다. 부산일보사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가 공동으로 진행한 '네팔 학교 다시 세우기 캠페인'으로 네팔 신두팔촉 지역의 학교 3곳이 이달 초 재건됐다. 부산 기업인 ㈜경성리츠, ㈜케이비엠, 재단법인 선보등대를 비롯, 부산지역 86개 초·중·고등학교와 일반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으로 일궈낸 성과다.

본보·초록우산 부산본부
네팔 학교 다시 세우기 운동

학교·시민 '십시일반' 모금
신두팔촉 지역 학교 3곳 재건
정수시설 갖춘 물 탱크 설치도


지난 7일 네팔 신두팔촉에 위치한 두스쿤학교에서는 학생과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 완공식이 열렸다. 신두팔촉은 네팔 지진 사망자 1만여 명 중 3000명 이상이 숨진 곳으로 네팔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지역이다. 이제 이곳엔 학교 잿더미 대신 7개 학급, 3개 동을 갖춘 어엿한 신축 학교가 들어섰다.

공사 책임자인 두르가 프라사드(42) 씨는 "자체 정수 시설을 갖춘 워터 탱크를 설치해 학생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먹을 수 있게 했다"며 "모래를 쿠션처럼 바닥에 먼저 깐 뒤 타일을 놓는 방식으로 건물을 설계해 지진 등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볼 수 없었던 장애인 학생을 위한 경사로도 설치됐다. 지붕은 최고급 양철 슬레이트 재질로 마감해 빗물 소리가 아이들 학습에 방해되지 않도록 했다. 프라사드 씨는 "공사 자재를 실은 차량이 산간 비포장 도로를 올라오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마을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도로에 나와 정비 작업을 해준 덕에 무사히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스쿤학교에 다니는 로밀라 라무디무(14·여) 양은 "이렇게 좋은 학교를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며 "이 학교 선생님이 돼 마을 아이들의 공부를 돕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학교 완공식은 두스쿤학교와 인접한 칼리카데비학교, 수리요다야학교에서도 이날 오후 잇따라 열렸다. 초록우산 측은 3곳의 학교에 색연필과 바람개비 등 학용품을 전달하는 한편 후원자들과 함께 바람개비 만들기,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자원봉사 형식으로 이 캠페인에 참여한 허소담(18·여·기장고 2) 양은 "바람개비 하나만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을 보면서 흐뭇하지만 한편으론 가슴이 아팠다"며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늘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신두팔촉(네팔)/글·사진=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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