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조상의 지혜 담긴 산후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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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 중 하나는 산후조리다.

분만한 산모에게 주위 모든 사람이 정성껏 돌보는 원리 속에는 동양철학의 '음양 개념'이 녹아 있다. 산후조리는 분만 후 허약해진 몸과 마음을 특별한 음식, 활동, 보살핌을 통해 건강한 상태로 회복할 수 있게 돕는 유사 의료 행위다.

서양 여성과 한국(동양) 여성의 골격계와 근육계는 차이가 크다. 동양 여성은 골반이 타원형이면서 좁아서 분만 시 더 어려움이 있다. 근육량이 적고 골격과 관절도 작기 때문에 근육 복원력이 약해 회복하는 데도 시간이 더 걸린다.

근육양이 적으면 근육이 만들어내는 열도 적기 때문에 외부 온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산후조리 문화가 우리나라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분만 후 특별한 음식과 따뜻한 체온 유지, 특별한 산후조리 케어를 중요시한다.

출산 후에는 신체의 모든 기능이 약해진다. 무거운 것을 들거나 외부의 차가운 온도에 접하는 등 산후조리를 안 하면 관절통, 골다공증, 배뇨장애, 요실금, 변비, 산후 우울증, 비만 등이 나타날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간혹 나이 들어 '골병'이 생긴 사람 중에는 산후조리 잘못으로 원인을 돌리기도 한다. 산후조리는 예전에는 주로 집에서 했으나 최근에는 거의 산후조리원에서 한다.

산후조리원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롭고 전통적인 산후조리 방법에 과학적인 현대 의학 지식을 부가해 한국 여성에게 가장 적합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영양사는 전통적인 미역국뿐만 아니라 균형 잡힌 다양한 식사를 제공한다. 분만 후 쇠약해진 산모의 신체 회복과 체형, 부종 피부 관리를 전문 인력이 도와준다. 처음 엄마가 된 산모가 당황하지 않게 모유 수유, 아기 목욕법 등 엄마에게 필요한 교육을 해준다.

산후 조리원 선택은 산모와 가족 모두에게 아주 중요하다. 전문 의사들이 케어 및 진료를 하는지, 전문영양사가 균형 잡힌 산모 식사를 제공하는지, 신생아실이 1층이어서 지진·화재 등 응급 상황 때 빨리 대피할 수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요즘 일부 산후조리원의 지나친 상술이 가끔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전문화된 산후조리원은 조상의 지혜를 더욱 계승 발전시킨 우리의 또 다른 문화가 아닐까.


권혁영
 

이화여성아동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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