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외벽 작업인부 추락사 주민 "시끄럽다" 칼로 줄 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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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 한 아파트에서 밧줄에 매달려 외벽 홈 메우기 작업을 하던 인부들의 밧줄을 끊은 40대가 경찰에 살인 혐의로 검거됐다. 이 사고로 인부 한 명은 추락해 숨지고, 다행히 한 명은 밧줄이 완전히 절단되지 않아 목숨을 건진 것으로 드러났다.

양산경찰서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아파트 외벽 작업자의 밧줄을 끊은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양산시내 모 아파트 주민 A(41) 씨를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작업 중 스마트폰 음악 틀자
주민 수면 방해된다며 시비
줄 반쯤 끊긴 동료 구사일생
경찰, 살인 혐의 긴급체포

A 씨는 지난 8일 오전 8시 13분께 자신이 사는 양산시내 15층 규모의 모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아파트 외벽공사 작업을 하던 인부들의 밧줄을 끊은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가 작업용 밧줄을 자르는 바람에 외벽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B(46) 씨는 현장에서 사망하고, 밧줄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은 C(36) 씨는 목숨을 건졌다. 이날 아파트 작업에는 4명이 한 조를 이뤘으나 나머지 2명의 밧줄은 안전한 상태였다.

작업자들은 이 아파트 12층에서 외벽 유리창의 실리콘 코팅 작업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에는 작업 중 단순 추락사고로 알려졌지만, 119구급대가 사고 현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밧줄을 끊은 흔적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밧줄이 절단된 것으로 보고, 이 아파트 옥상으로 통하는 CCTV 등을 확보해 출입자를 확인했다.

경찰은 아파트 옥상에서 이 아파트 15충에 사는 A 씨의 족적을 확인하고, A 씨 집에서 공업용 커터칼 등을 압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A 씨가 사고 당시 자신의 집에서 커터칼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가 직경 1.8㎝ 밧줄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인부 B 씨와 C 씨는 오전 8시부터 이 아파트 외벽에서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B 씨의 밧줄은 완전 끊겼고, C 씨의 밧줄은 반쯤 끊긴 상태였다. 경찰은 숨진 인부 B 씨가 옥상에서 작업 준비를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틀자 A 씨가 "시끄럽다, 음악을 끄라"며 욕설을 하고 시비를 걸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건설 노동자인 A 씨는 이날 오전 4시께 인력시장에 나갔으나 일감을 구하지 못하고 돌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날 A 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돌아와 수면을 취하려던 중 작업자 B 씨 등 두 명과 음악 소리로 시비가 붙자 옥상으로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초기에는 모른다며 범행을 부인하다 CCTV 등 증거를 들이대자 혐의를 자백한 상태"라며 "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A 씨가 우발적으로 밧줄을 자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과 보강조사를 거쳐 A 씨에 대해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김태권·김길수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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