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행복한 인연']1. 채창일 ㈜경성리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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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를 주지만, 그들에겐 인생 전부일 수도"

지난해 10월 부산 동래구 호텔농심에서 열린 어린이재단 저소득아동결연 행사 '아이리더' 발대식에서 격려 인사를 하는 ㈜경성리츠 채창일(오른쪽에서 세 번째) 대표. 어린이재단 제공

현재 부산시 저소득가정 아동은 3만 2000명으로 추산된다. 부산시 전체 초·중·고교생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중 지난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결연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은 아동은 3368명으로 부산 전체 저소득가정 아동의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최근 부산을 강타한 해운조선업의 침체로 저소득가정 아동이 증가하는 반면, 후원자와 후원액수는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모든 아동은 자신의 환경에 관계없이 같은 선상에서 출발할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금수저' '흙수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본보는 어린이재단과 함께 저소득가정 아동을 돕고 이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기획시리즈 '우리는 행복한 인연입니다'를 올 연말까지 연재한다.

"우리는 일부를 주지만, 그들에겐 인생의 전부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 1일 오후 부산 사하구 ㈜경성리츠 사옥에서 만난 채창일(47) 대표는 뚜렷한 이목구비에 말쑥한 정장 차림 때문에 CEO라기 보다는 패션모델을 더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외모만큼이나 인상적인 것은 그의 따뜻함 마음이었다. 아파트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채 대표는 수년째 저소득가정 아동 수십 명을 후원하고 있었다. 그는 "2009년 회사를 설립한 뒤 2013년부터 짬짬이 저소득가정 아동을 후원하기 시작했다"면서 "청소년 때 부모님이 종교단체를 통해 기부, 봉사활동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영향을 받아 소외 이웃에 대한 후원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저소득가정 아동 20명 후원
부모님 영향 기부·봉사 관심
명절 때마다 후원 아동 만나
인생 상담 등 멘토 역할도

"후원하며 긍정적으로 변해"


현재 채 대표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후원하고 있는 저소득가정 아동만 20명에 이른다. 월 후원금은 500만 원가량. 채 대표는 여기에다 지자체가 주관하는 결연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채 대표는 단순 후원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명절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등 이들의 인생 멘토 역할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채 대표는 특히 자신에게 큰 감명을 준 경영철학자의 책을 아이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후원자와 아이들이 함께 만나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아동의 부모가 후원자에게 연락해 돈을 직접 달라고 요청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어린이재단은 아동이 성인이 된 이후에나 후원자들의 연락처를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채 대표는 이를 전혀 개의치 않고 아이들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채 대표는 저소득가정 아동을 후원하는 게 일방적으로 주는 행위가 결코 아니라고 단언한다. 오히려 후원을 받는 아이들이 주는 행복이 더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채 대표는 지난해 2월 어깨 수술을 받을 때를 결코 잊지 못한다. 그는 당시 전신마취를 해야만 하는 대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인데다 회사에도 안 좋은 일이 많았다. 그때 채 대표를 위로하고 희망을 준 사람들은 채 대표가 후원하던 아이들이었다.

그는 "몸이 아픈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면서 "나눔 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성장도 체험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채 대표는 저소득가정 아동들을 지원하는 '나눔의 힘'이 우리 사회를 보다 살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우리의 작은 나눔으로 아이들이 딛고 올라선다면, 이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을 이롭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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