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장기 결렬 사태 한·일 어업협정, 협상력 발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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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어업협정이 최장 기간 표류하고 있어 어민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어업협정 표류는 정부의 협상력 부재와 함께 우리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의 어자원 고갈이 빚은 합작품이다. 정부는 당초 2017년 어기(2017년 7월 1일~2018년 6월 30일)의 어획 할당량과 입어 규모 등을 논의하기 위해 늦어도 6월 초에는 협상을 재개해 6월 23일 마무리 짓는다는 입장이었으나 답보 상태에 있다. 2016년 어기(2016년 7월 1일~2017년 6월 30일) 협상은 아예 결렬됐다. 1999년 1월 한·일 어업협정 발효 후 한 해 어기가 끝나가도록 협상의 물꼬조차 트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어기를 코앞에 두고 협상에 진척이 없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일본 측의 책임이 크다. 우리 정부는 외교부, 주한일본 대사관 등을 통해 실무진 협의 대신 국장급 회의로 격상해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일본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일본 측은 연승어선 입어 척수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여 달라는 요구를 꾸준히 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감척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간 민감한 외교문제도 협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EEZ가 바닷모래의 과다한 채취 등으로 어자원이 크게 감소한 데 있다. 우리 해역의 수산적 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일본으로선 구태여 협상을 서두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협상이란 호혜의 원칙 하에 서로 주고받기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 측에서 내줄 게 별로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남해 EEZ 내 바닷모래 채취 이후 이 지역에서 고등어와 전갱이의 어획량이 각각 16%와 5% 수준으로 격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급속한 어자원 환경 변화에도 정부는 일본 선망이 여전히 우리 EEZ로 들어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협상에 임하는 안이함을 보여줬다. 중·장기적으로는 EEZ 내 어자원을 풍부하게 복원하는 게 필요하다. 물론 당장 어민들의 생계난을 해소해주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새 정부의 전략적 협상력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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