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간 결렬 한·일어업협정 '안갯속'
1년간 결렬돼 최장 기간 결렬 사태를 맞은 한·일 어업협정의 해법이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해양수산부는 1년간 공백은 건너뛰고 2017년 어기가 시작되는 다음 달 1일부터는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조업이 가능하도록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수차례 러브콜에도 일본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어민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 7일 이후 대형선망수협에는 다음 달부터 일본 EEZ 조업이 가능하겠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월명기를 맞아 8일 돌아와야 할 어선들이 날씨 탓에 하루이틀 일찍 조업을 끝내고 돌아와 당장 다음 달 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 EEZ 조업의 재개 여부를 물은 것이다. 선망선사들로서는 지난달 조업이 사실상 기름값도 건지지 못한 '빈손 조업'에 가까웠기 때문에 EEZ 조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가 다음 달 조업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됐다.
일본 EEZ 내 고등어·갈치
우리 어민들 의존도 높아
수산업계 '벙어리 냉가슴'
日 소극적 협상에 '답보'
대책도 미흡, 장기화 우려
앞서 정부는 늦어도 6월 초에는 협상을 재개해 6월 23일까지는 협상을 마무리 짓고, 7월 1일부터 조업을 재개토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11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일본과의 협상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일본 측에서는 6월 중순께 실무진 차원에서의 협의를 할 수 있다는 답변을 해왔을 뿐, 결단을 할 수 있는 국장급 회의로 격상하자는 제안에는 아무런 답이 없는 상태다. 외교부를 통해서도, 주한일본 대사관을 통해서도 제안을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사실상 '시간 끌기'에 들어간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으로서는 우리 EEZ 해역에서의 조업 의존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급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10월께부터 제주도 해역에서 본격적으로 고등어가 나기 때문에 그즈음에야 일본이 협상에 응할 가능성도 높다. 특히 남해와 서해 EEZ 모래 채취 이후 우리 해역에서의 일본 어선들 어획량이 확 떨어진 것이 통계로도 확인(본보 2월 13일 자 3면 보도)이 됐고 이는 우리 해역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고등어 조업의 경우 2015년 어획량 기준으로 일본 EEZ에서 조업한 물량이 전체의 9%(약 200억 원)를 차지한다.
특히 봄, 여름철 일본 EEZ 내 조업 의존도는 더욱 높다. 갈치연승의 경우도 일본 EEZ에서 잡히는 갈치의 비중이 국내 생산량 대비 5%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상품성이 높은 갈치의 비중이 높아 생산액으로 따지면 이보다 비중이 훨씬 크다.
지난 1년간 협상 결렬의 원인이 됐던, 일본이 요구하고 있는 연승어선 입어 척수 축소에 대해서도 정부는 아직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 연승어선 206척의 3분의 1 수준인 73척으로 입어 척수를 줄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쪽에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정 정도는 감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정부와 어민의 감척 단가 차이가 너무도 커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수산업계 한 관계자는 "오는 14일 장관 청문회가 끝나고 새 수장이 들어서야 협상이 물꼬를 트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본이 오래전부터 자원관리형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우리 어선들이 대거 들어가 잡는 것을 반기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또한 일본 선망들도 우리 해역이 아니어도 동중국해에서 충분히 조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협상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