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도 사회와도 절연 50대 남 고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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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고시원에서 50대 남성이 영양결핍으로 바짝 말라 숨진 채 발견됐다. 한 달 동안 고시원 밖을 나오지 못한 채 굶어 죽어갔지만 가족과 사회 등 아무도 그를 돌보지 않았다. 이른바 '고독사'다. 최근 가족과 절연하거나 혼자 사는 노인이 급증함에 따라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 이들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5일 오전 7시 20분께 부산 사상구 한 고시원에서 A(59) 씨가 영양결핍으로 몸이 바짝 마른 채 숨져 있는 것을 고시원 주인 B(60) 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A 씨는 172㎝의 키에 40㎏ 정도에 불과했다. 거의 뼈에 살가죽만 붙은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한 달 전 이 고시원에 방을 얻어 살면서 외출과 식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 주변 진술에 따르면 몸이 허약하고 기운이 없는 탓에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혼자서 밥을 해먹거나 거동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고시원 주인 B 씨는 간혹 복도 청소를 하며 문을 두드려 인기척을 확인했다. 한 번은 A 씨의 너무 마른 모습에 김밥을 만들어 건넸지만 이마저도 잘 먹지 않고 버려뒀다.

한 달 전 사상구 고시원 입주
외출도 식사도 거의 안 해
영양결핍 상태 숨진 채 발견

단절된 삶만큼 쓸쓸한 죽음
무연고 사망 예방대책 필요

A 씨의 주변에는 가족도 사회도 없었다. 결혼도 하지 않았고, 3명의 형제들과 왕래하지 않은 지도 30년이나 됐다. 특히 현재 주소지도 예전에 살던 전라도 지역으로 돼 있어 사회복지관 등에서도 A 씨를 미리 알고 돕기가 힘든 상태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 무연고 사망자는 1245명으로 4년 전에 비해 179%가량 늘어나는 등 이미 고독사는 사회에 만연해 있다. 특히 노인 고독사와 달리 A 씨처럼 충분히 삶을 이어갈 수 있는데도 돌봐줄 사람 없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도 계속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족과의 인연을 끊는 '절연 가구'가 최근 늘면서 이러한 형태의 고독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8월에도 가족과 한 집에 살던 이 모(66) 씨가 숨졌으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던 이 씨의 가족들은 한 달여가 지난 뒤 숨진 사실을 알았다.

이처럼 새로운 형태의 고독사가 이어지는 만큼 새로운 예방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지자체나 사회복지관 등은 A 씨처럼 다른 주소지로 등록됐거나 무연고자의 경우 모니터링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말한다. 부산지역 한 사회복지사는 "현수막을 내걸거나 통장 등 주민들에게 건강이 좋지 않은 이웃이 혼자 살 경우 신고해달라고 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신라대 사회복지학부 손지현 교수는 "꼭 신고가 아니더라도 지역 사회를 살고 있는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이웃의 상태를 확인하고 부담 없이 이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연계망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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