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여행가 정승재 씨 "내년까지 美 3대 트레일 완주, 3관왕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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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넘을 때마다 광활한 호수가 펼쳐지는 등 절경이 이어질 때 '정말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미국 3대 트레일 중 하나인 대륙종단길(CDT)을 완주한 도보 여행가 정승재(28·부산 부산진구 부암동) 씨. 그는 지난해 5월부터 160일간 하루 최소 12시간씩 멕시코 국경에서 미국을 거쳐 캐나다 국경까지 5000㎞를 종주했다. 이어 지난달 말부터 미국 서부 태평양 산맥에 걸쳐 있는 약 4300㎞의 태평양종단길(PCT)에 도전하고 있다.

5000㎞ 대륙종단길 이어
지난달 태평양종단길 도전
3일간 폭설 속 헤매기도

"아찔한 순간 많았지만 뿌듯"


"내년 중 애팔래치안 트레일(AT)에도 도전, 전 세계 하이커들이 꿈꾸는 미국 3대 트레일을 완주해, 이른바 3관왕을 차지할 계획입니다."

정 씨는 2013년 동의대 재무부동산학과 3학년 때 색다른 모험을 찾다 구글에서 발견한 트레일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일단 버킷리스트에 넣어놓고 취업 준비에 매달렸습니다. 2015년 8월 졸업 후 취업에 성공했지만 매일 반복되는 직장생활은 절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지금 아니면 영영 못 떠날 것 같아 여행 경비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5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LA를 거쳐 출발지인, 멕시코 국경 크레이지쿡에 도착했다. "끝없는 황무지를 걷다 날이 저물어 텐트를 쳤는데 강풍 소리가 정말 무서웠습니다. 한 달 내내 발바닥 물집과 뒤꿈치 상처, 허리 등의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걷는 동안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후반부 산악 지역을 지날 때 가장 힘들었습니다. 갑자기 내린 폭설이 3일간 지속됐습니다. 위치와 길을 알려주는 앱이 있었지만, 사방이 백색 천지이다 보니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걷다가 지도를 보면 길 위에 벗어나 있어 다시 길을 찾아가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또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콜로라도 파고사 스프링스 마을로 가기 위해 해발 3000m 정도의 산을 넘어야 했습니다. 절벽에 난, 사람 한 명이 겨우 다닐 수 있을 길을 가다 보니 눈 때문이 길이 없어졌습니다. 절벽 위 바위를 붙잡고 넘어가는 데 정말 아찔했습니다."

정 씨는 "식량이 떨어지면 산길에서 벗어나 마을로 들어가 식료품을 구입한 후 다시 복귀해야 했다"며 "한 번은 콜로라도 어느 마을로 가던 중 60대 할아버지가 집으로 초대해 숙식을 제공해주었을 뿐 아니라 '일상에 특별한 일이 생겨서 고맙다'고 할 때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여행의 기쁨을 느꼈다"고 말했다.

60대 할아버지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멀리서 왔다'며 반겨주고 도와줘 힘과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구간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스트글래이셔 국립공원'을 거쳐 캐나다 국경 종착지 비석을 보는 순간 마음이 벅차고 뿌듯했습니다. 그동안 고생한 것을 보상받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는 틈틈이 사진을 찍어 대륙종단길협회에 이메일로 보냈고, 지난 2월 우편으로 완주 증서를 받았다.

임원철 기자 wclim@busan.com

사진=이재찬 기자 c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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