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동서, 공사장 추락사고 은폐 의혹
입력 : 2017-06-05 23:01:04 수정 : 2017-06-06 10:37:59
아이에스 동서㈜가 건설 중인 남구 용호동 W아파트 69층 공사 현장. 지난 3일 인부 이 모(61) 씨가 붉은 색 원에서 바닥으로 추락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부산의 한 고층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근로자가 공사 현장에서 추락해 중태에 빠졌는데도 해당 건설사는 늑장 대처에 은폐까지 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시공사는 사고 사실을 119에 신고하지 않았고, 담당 구청에는 사고 발생 6시간가량이 지난 뒤에야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일 오후 3시 47분 남구 용호동 W아파트 건설현장 69층에서 하청업체 계약직 인부 이 모(61) 씨가 고소 작업대에 올라 배관 작업을 하던 중 1.6m 아래로 떨어져 머리 등을 크게 다쳤다. 이 씨는 해운대백병원으로 옮겨져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부상 정도가 심해 2시간여 만에 수술이 중단됐고, 의식이 없는 상태다.
W아파트 현장 인부 떨어져
구청에 6시간 뒤 발생 신고
차 5분 거리 119센터 대신
사설 구급차로 병원 이송
근로자 부상 심해 의식 불명

사고 당시 시공사인 아이에스 동서㈜ 현장 안전관리자는 전담병원인 남구 대연동 고려병원에 연락해 사설 구급차를 불렀다. 현장 근로자들이 직접 1층에서 들것을 들고 69층으로 올라가 머리 부상이 심각한 이 씨를 데리고 내려왔고, 사설 구급차에 태워 사고 발생 40여 분 만에 병원으로 옮겼다. 아이에스 동서㈜ 측은 119에는 신고하지 않았다.
경찰이 사고 발생을 인지한 것은 이로부터 1시간 30여 분이 지난 뒤였다. 경찰은 이날 오후 5시 19분 시공사의 신고를 받고 사고 현장이 아닌 이 씨가 있는 해운대 백병원으로 출동했다. 아이에스 동서㈜는 남구청 건축과에는 사고 발생 6시간가량 뒤인 이날 오후 9시 43분 "발을 헛디뎌 사고가 났다"고 보고했다.
인근 119안전센터가 차량으로 5분 거리에 있음에도 사설 구급차를 부른 것을 두고, 건설사가 이 씨의 생명보다는 회사의 위상이나 사후 보상 등을 걱정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현행 법규상 119에 신고를 할 경우 노동부에 차후 통보가 돼 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남지만, 지정병원 응급차를 이용할 경우 산업재해로 기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은 사고 발생 시 119와 지정병원에 동시 신고하게 돼 있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다.
안전 전문인력이 아닌 현장 인부들이 이 씨를 직접 옮기면서 이 씨의 상태를 더 악화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지난 4일 취재진과 만난 이 씨의 가족은 "목격자가 없는데 발을 헛디뎠는지, 그대로 쓰러졌는지 사고 경위를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며 "119구급대를 부르지 않은 점 등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아이에스 동서㈜의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5일 현장에 근로감독관을 급파해 경찰과 함께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IS동서 등을 상대로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작업용 간이보조기의 고정 상태에 문제는 없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3월에도 W아파트 건설현장 16층에서 하청업체 직원 김 모(53) 씨가 작업 중 9m 아래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민소영·김준용 기자 miss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