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고 누락 파문] 전말과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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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무는 진실게임… '누락' 밝혀지자 이젠 '고의성' 논란

위승호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31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업무 보고를 마친 뒤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31일 국방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의 추가 반입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해 '의도적인 누락'이라고 못 박았다.

靑 "의도적인 누락" 결론에 
軍 "숫자 표기 안 한 것뿐"
 

안보실장과 오찬 과정서 
국방장관의 애매한 대답
'실수로 보기 어렵다' 지적
'軍 소외 대한 반발' 분석도

■靑, 진실공방 조기차단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어제 군 관계자들을 집중 조사해 국방부가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사실을 의도적으로 보고에서 누락했음을 확인했다"며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 규명 지시가 있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밝혔다.

이에 따르면 국방부가 지난 26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제출한 업무보고서 초안에는 '사드 발사대 6기 반입 모 캠프에 보관'이라는 표현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이 문구는 국방부 관계자들의 초안 강독 과정에서 빠졌다. 조사를 받은 위승호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등 군 관계자들은 이 사실을 인정했다고 윤 수석은 밝혔다.

그러나 26일 업무보고에 배석한 이상철 안보실 1차장은 사드 추가 반입 사실이 빠진 보고 내용이 '석연치 않다'고 판단, 사드 담당 장성을 따로 불러 4기 추가 반입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이 1차장은 다음 날인 27일 정 안보실장에게 이를 보고했고, 정 안보실장은 28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오찬을 같이 하면서 '사드 4기가 추가로 들어왔다면서요'라고 물었지만 한 장관은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한 장관의 이런 반응은 고의 누락 의혹을 부추기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 장관은 당시 상황에 대해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 관점 차이, 뉘앙스의 차이가 날 수 있지 않느냐"며 청와대 설명이 정확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 안보실장은 29일 이런 경위를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인 문 대통령은 숙고 끝에 30일 한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반입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뒤 조국 민정수석과 정 안보실장에게 철저히 진상파악을 지시했다.

■군 출신 소외, 반발?

그렇다면 국방부는 도대체 왜 중차대한 사실을 새 정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을까?

사드 배치 문제는 중국의 경제보복,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비용 부담 요구 등으로 한·미·중 간 가장 첨예한 외교·안보 현안이 됐다는 점에서 군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가 끝난 뒤 종합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에선 정권교체가 되면서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국방부 수뇌부들의 안일한 태도가 이번 사태를 부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31일 보고서에 4기 반입이 누락된 데 대해 "제가 지시한 일 없다"며 "(보고서를 만든)실무자들이 (관련된)표현 속에 (추가 배치 내용이)포함됐다고 봐서 숫자 표기를 안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장관이 이를 직접 확인하려는 정 안보실장에게 정확한 답변을 회피한 것은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대사 출신인 정 안보실장을 비롯해 새 정부 외교·안보 라인에서 군 출신이 소외됐다고 여긴 군 수뇌부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이번 보고 누락 사태가 터졌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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