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클래식 공연은 2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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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색다른 클래식 공연이 펼쳐졌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3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었다.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공연은 주로 1층에서 관람했는데, 이날 공연은 2층에서 감상했다. 그런데 음악 소리는 평소 1층에서 들었을 때보다 훨씬 잘 들렸다. 기자가 음악 전문가도 아니고, 문화부에서 음악을 맡은 건 1년도 채 안 됐으니 혼자만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 휴식 때 우연히 오충근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과 부인을 만났다. 두 사람의 자리는 1층이었는데, 너무 시끄럽고 악기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아 2층으로 올라왔다는 것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어땠는지 물어보며 1층과 2층을 비교해 달라고 했다. 오 예술감독 또한 2층이 훨씬 낫다고 했다. 잔향이 위로 올라오기 때문에 2층이 더 잘 들리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공연장의 VIP석을 2층으로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소리 문제를 떠나, 1층에선 지휘자와 연주자의 모습을 훨씬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답은 간단하다. '클래식 전용홀'이다. 취재로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 갔던 일이 생각났다. 잔향까지 계산해서 만든 곳이라 3층이라도 눈을 감고 들으니 1층 무대 바로 맞은편에서 듣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취재에 동행했던 일행도 동의했다.

사실 기자는 이전까지 클래식 전용홀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선배들이 수년 전에 서울 예술의전당과 부산문화회관을 비교하며 클래식 전용홀의 필요성을 기사로 쓸 때도 그러려니 했다. 클래식 공연을 부산문화회관이나 금정문화회관 등에서 들은 터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 3월, 통영국제음악제 취재를 위해 생애 최초로 클래식 전용홀인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음악을 듣게 되면서 이러한 편견이 완전히 바뀌었다.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더블베이스 플루트 클라리넷 트럼펫까지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가 묻히지 않고 또렷하게 울리며 그 개성을 드러냈다. 이래서 '클래식 전용홀, 클래식 전용홀' 한다는 걸 절감했다. 외람된 말이지만, 그때부터 클래식 전용홀이 아닌 다목적홀에서 연주를 듣는 것이 너무도 힘들게 되었다.

현재 부산문화회관도 공연장 보강 공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완공된 건물을 수리하는 것은 비용 문제를 떠나 그 목적에 맞게 제대로 리모델링하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제2 도시를 내세우는 부산에 서울은 물론, 인천 고양 대구 통영에도 있는 클래식 전용홀이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 박진숙 기자 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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