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건축 이야기] 20. 울산 장현동 주택·신정동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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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자연, 외부와 소통하는 열린 공간

울산 장현동 주택과 프로젝트 '용적률 게임'은 외부공간의 확장과 소통에 대한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 고민은 '분리와 연결'의 절묘한 이중주로 나타났다. 사진은 장현동 주택. 건축사진작가 윤준환 제공.

울산 장현동 주택과 프로젝트 '용적률 게임'은 외부공간의 확장과 소통에 대한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 고민은 '분리와 연결'의 절묘한 이중주로 나타났다. 사진 위쪽은 장현동 주택, 아래쪽은 프로젝트 '용적률 게임'의 바깥 전경. 건축사진작가 윤준환 제공.

울산의 젊은 건축가 ㈜온건축사사무소 정웅식 소장의 설계작들을 살피면, 한나 아렌트의 '인간은 소통하는 존재'라는 말을 실감 나게 한다. 건축가야말로 건축주, 시공사, 정책당국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그만의 창조성과 끼를 발현한다.

장현동 땅콩주택 독립된

두 가구가 하나의 매개체
단면 높이 변화로 7층 같은 2층

신정동 프로젝트 '용적률 게임'

임대 수익 고려 역발상으로 접근
위층 외부 연결 공간 최대한 넓혀


정 소장의 세심한 소통의 건축 언어들을 마주하면서 마음의 근육을 풀어주는 한 팩의 건강음료를 마신다. 삭막한 주거공간과 도시풍경에서의 벗어남. 거기에서 비롯되는 또 다른 상상은 건축가야말로 상대방과의 관련성 안에서 움직이며 상대를 철저하게 배려하는 직업이란 것을 느끼게 한다. 건축가의 개인성과 창조성이란, 건축주와 사회의 물음에 대한 응답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이자 결과물일 것이다.

울산혁신지구 내 장현동 주택과 울산 남구 신정동 상가건축물 프로젝트 '용적률 게임'. 두 건축물은 외부공간을 들추어내 비와 바람, 햇살을 살랑살랑 촉감적으로 만나게 한다.

장현동 주택은 친분을 가진 두 가구가 공유하면서 건축 비용을 줄이는 이른바 땅콩주택이다. 획일화된 삶의 방식에 대한 해결책으로 택지를 같이 구입해 주택을 같이 짓는,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는 또 다른 대안이다.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아이 둘을 각각 가진 젊은 부부가 아파트를 처분하고 울산 혁신지구에 주택을 짓고자 한 경우다. 여기서는 층간 소음 걱정 없는, 아이들의 놀이터다. 한 가구당 70여 평의 공간에, 건축비와 땅값을 합쳐 대략 가구당 5억~6억 원의 비용이 들어갔다고 한다.

땅콩주택이기는 하지만 두 가족의 성향이 달랐다. 거기에 맞춰 설계 조건과 건축 소재를 각각 다르게 배치해야 했다. 서로 다른 콘셉트이지만 건축 비용은 같이 맞춰 달라고 요구했다. 각각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단독주택 설계보다 더 끈질긴 소통이 필요했고 더 많은 현장 확인은 필수적이었다. 한 가구는 외부 마감으로 노출 콘크리트를, 다른 가구는 벽돌집을 선호했다. 벽돌집은 회색 노출 콘크리트와 어울리는 무채색인 검은색을 선택해 이질감은 그다지 없다.

정 소장은 "땅콩집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관계 유지에 친밀성도 높지만 서로 간의 사생활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며 "개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법으로 독립성을 가지면서 하나처럼 매개될 수 있게 구성했다"고 강조한다. 수직의 경사지여서 정 소장은 스킵플로어(단면 높이에 변화를 주면서 다양한 공간을 연출하는 기법) 형식을 채택했다. 따라서 장현동 주택은 2층인데도 안에서는 7층 높이로 착각할 정도다. 건축주들은 처음에는 스킵플로어 방식에 따른 다양한 계단 배치에 다소 어색해했다. 하지만 지금은 계단이 연출하는 다양한 공간감을 무척 즐긴다. 

프로젝트 '용적률 게임'의 바깥 전경.
신정동 상가건축물 프로젝트 '용적률 게임'은 부지가 40평 남짓하다. 정 소장은 '용적률 게임'을 하듯 설계에 착수했다. 아주 작은 대지임에도 건축주는 이곳에 많은 프로그램을 담고자 했다. 여느 건축주와 마찬가지로 용적률이 최대인 건축물을 요구했다. 또 나중에 임대 건축물로 바꿀 경우, 많은 임대료 수익을 희망했다. 이런 다양한 요구 조건을 충족하면서 기존과 다른 건축물을 설계하는 게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대개 상가 건축물은 1층 임대료가 가장 비싸고 위층은 싸다. 이러한 현상은 도심 상가 풍경을 획일적으로 만들어 답답한 도시를 조성하는 결과를 만든다. 하지만 정 소장은 역발상적으로 접근했다. 용적률 범위 안에서 1층부터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사용 가능한 면적을 최대한 찾았다. 2층에 바깥과 연결하는 외부공간을 설치했다. 5층에는 옥상정원을 만들었다. 건축주는 임대 수입을 걱정했지만, 오히려 외부 공간이 있는 2층과 5층에 더 많은 임대 제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프로젝트 '용적률 게임'은 지난해 울산시건축상을 수상했다.

정 소장은 단독주택이나 소형 상가 건축물들을 설계하면서 '작은 건축'의 오묘한 재미를 느낀다. 그는 "작은 프로젝트들을 하나둘씩 해결하면서 느끼는 만족감과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건축주들이 흡족해할 때 건축가로서의 자존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박태성 문화전문기자 pt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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