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무현입니다' 등장인물 배갑상·노수현 씨를 만나다] "문재인 대통령은 눈물로 촬영 4시간 걸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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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무현입니다'의 성공에는 부산지역 등장인물의 감동적인 인터뷰가 큰 역할을 했다. 부산의 '선거 전문가' 배갑상 씨. 김경현 기자 view@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개봉 4일만에 6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가도를 달리자 영화 속에서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한 등장인물들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그중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선거 대부분에 참모로 참여했던 배갑상(63) 씨와 노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운전기사였던 노수현(59) 씨는 관객을 울컥하게 하는 이야기로 영화 흥행에 큰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29일 '부산사람'인 이 두 사람과 영화 뒷이야기를 나눴다.

선거 참모 배갑상 씨

"盧 얘기하자 감독이 울어
그를 응원한 모두가 주인공"

운전기사 노수현 씨

"자신의 새 차를 웨딩카로
노변, 경주까지 직접 운전"

■인간 노무현의 매력이 만든 흥행

"감독이 관객 30만 명이 넘으면 인터뷰 해 준 사람한테 소고기를 사준다고 하더라고. 1000만 명이 넘으면 34번인가?" 흥행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부산의 '선거 전문가' 배 씨는 감독과의 '소고기 내기'를 언급했다. 이창재 감독은 배 씨와 인터뷰를 할 당시 "영화가 영화관에 못 걸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한다. 영화 제작 과정, 인터뷰 과정 모두 순탄치 않았다.

이 감독은 지난해 총선이 끝난 후 영화 제작을 결심하고 몇달 후 소개를 통해 배 씨에게 연락했다. 노 전 대통령의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을 영화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 제안에 배 씨는 지난해 11월 2시간에 걸쳐 이 감독과 인터뷰를 했다. 배 씨의 인터뷰는 영화에서 세번에 걸쳐 나눠 등장한다. 특히 평범한 국민들의 봉하마을 빗속 조문 행렬을 회상한 배 씨의 이야기는 영화의 클라이막스 중 한 부분을 장식한다. 한 영화평은 영화가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핵심이 배 씨의 인터뷰에 녹아있다고 말한다.

그는 "내가 알던 노무현, 내가 좋아하는 노무현의 모습을 이야기하다보니 듣고 있던 감독이 울고 있더라"면서 "감독이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도 함께 울었던 경우가 안희정 충남지사, 노 전 대통령 변호사 시절에 감시을 맡았던 이화춘 전 안기부 요원, 그리고 나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배 씨는 또 "문재인 대통령은 담담히 노 전 대통령을 이야기하다 눈물이 나려고 하면 촬영을 멈춰 인터뷰 시간만 4시간이 됐다고 하더라"며 "문 대통령은 3시간이 넘는 촬영시간 동안 냉정한 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 촬영을 수차례 중단하기도 했으며, 촬영을 마치고 나간 후 주차장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 '꼭 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추가 촬영이 되겠느냐'고 해서 재차 촬영이 이뤄져 지금의 영화 상영분이 나오게 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배 씨는 노 전 대통령과 1987년 6·10항쟁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였고 배 씨는 국회의원 보좌관 신분이었다. 배 씨는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차례 선거에 낙선하며 '바보 노무현' 행보를 걸을 때 참모로 함께 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이길 선거'라고 생각한 1995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배 씨는 노 전 대통령의 반대 편에 섰다. 배 씨는 "노 전 대통령에게 '이러면 안됩니다'하고 격의 없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였는데 내가 다른 쪽에 서면서 많이 섭섭했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이후에도 노 전 대통령은 자주 '배갑상 씨는 요새 뭐하노?'라며 나를 챙기고 물었다고 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영화의 흥행이 '인간 노무현'의 흡인력 때문이라고 본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가진 매력이 영화에 녹아 있고, 사람들이 그 모습을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 씨는 "노무현의 음성, 그의 절규를 들을 때 전율이 느껴지고, 경선 당시의 드라마틱한 기억때문에 영화를 본 사람이 또 보는 현상까지 생기는 것 같다"며 "영화에서 인터뷰한 노무현의 사람들이 주인공이 아니라 노무현 옆에서 노무현 정신을 응원했던 사람들이 사실은 모두 주인공이다"고 말했다.

배 씨는 하루에도 몇 통 씩 영화를 같이 보자는 지인들의 전화가 쏟아진다고 했다. 한 지인은 단체관람을 위해 작은 영화관을 통째로 빌린 후 배 씨를 초청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 변호사 시절 운전기사 노수현 씨의 결혼식 사진. 원 안이 노 전 대통령. 노수현 씨 제공
■노변이 운전하던 웨딩카의 추억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 서구에서 인권변호사로 일하던 시절 운전기사였던 노 씨는 현재 김해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시사회와 개봉일에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봤다는 그는 취재진에게 영화에 없는 '또다른 이야기'를 털어놨다.

노 씨는 "노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한 차에 2년간 모셨다"며 "당시 내가 운전하던 차는 미니 법정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대통령 두 분을 모셔본 운전기사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웃어보이며 "1982년 부산 서구 부민동에서 두 분이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할 때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에서 사무실까지 두 분은 노 전 대통령의 차로 같이 출근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13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서울로 가면서 함께 가자고 제안했지만 노 씨는 이를 뿌리치고 기사를 그만뒀다. 서울 지리를 모르는데다 국회의원 기사로서 자신이 부족해 노 전 대통령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노 씨는 영화에서도 언급한 결혼식에 대해 할 말이 더 있다고 했다. 영화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새 차를 빌려주며 노 씨의 신혼여행 웨딩카를 직접 운전한 내용이 등장한다. 노 씨는 "노 전 대통령은 차를 직접 운전하며 경주까지 기사 역할을 했고, 권양숙 여사는 호텔비를 계산하고 금일봉 10만 원을 챙겨줬다"면서 "노무현의 따뜻함을 알게 된 것은 가문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이 영화를 통해 인간 노무현을 기억하고 추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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