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리포트] 한·일 소아암 환자 '병마 이기며 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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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오카 시 규슈대병원에서 지난 19일 한·일 소아암 완치자와 가족들이 10번 째 교류회를 갖고 있다. 조영미 기자

"국적은 달라도 같은 병을 이겨내서인지 친척보다 더 가까운 가족 같아요".

지난 19일 오후 일본 후쿠오카 시 규슈대학교 병원. 김민우(30·경기도 김포시) 씨는 이날 열린 '소아암 완치자·서포터스 한·일 교류회'에 참석해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한국·일본 오가며 서로 의지
10년째 이어온 교류 마무리


김 씨는 중학생 때 원인을 알 수 없는 마비가 시작돼 발병 1년 만에 쓰러졌다. 그 후 소아 뇌종양 판정을 받고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반복해서 받은 끝에 완치됐다.

그는 "하필 사춘기 때 발병해 힘들고 외로웠다. 스스로 마음의 벽을 쌓아서 친구 사귀기도 어려웠는데 한·일 교류회에 참가하면서 말하지 않아도 통한다는 느낌을 받고 위안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교류회는 소아암 환자 부모들에게도 큰 힘이 됐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충청지회 사무국장 정인숙(54) 씨는 막내아들이 4살 때 림프 종양이 발견돼 경제적, 정신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다행히 아들은 3년 만에 완치돼 지금은 어엿한 대학생이 됐다. 정 씨는 "나만의 아픔이라고 생각했는데 국제 교류를 하면서 같은 어려움을 겪은 부모들을 만나 동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일본 측 참가자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하야시 시로(39) 씨는 6살 때 백혈병에 걸려 병원을 오가는 생활을 했다. 하야시 씨는 "학창시절엔 병으로 인한 왕따로 힘들었고 완치된 뒤 성인이 되어서도 건강이 나빠져 일을 그만둬야 한 적도 있었다"면서 "한·일 교류를 계기로 힘을 얻어서 소아암 완치자 자조 모임을 만들었고, 지금은 소아암 환자 서포터즈 활동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일 교류는 정책적으로도 도움이 됐다. 일본의 경우 수십 년 전부터 소아암 환자 부담 없이 국가가 전액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10년 전만해도 100% 환자 자부담이었던 한국의 경우 현재 60~70%까지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교류회에 참가한 부모들이 일본 사례를 보고 정책화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2008년 한·일 교류회가 결성된 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10회째 이어져 왔다. 지난해엔 부산 해운대백병원에서 개최됐고, 올해 10회를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한·일 소아암 완치자와 가족들 사이의 교류는 끝났다.

참가자들은 "개인적인 교류는 지금처럼 계속될 것"이라며 따뜻한 눈길을 주고받았다.

후쿠오카=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정치부 국제팀 서일본신문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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