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당 '우리미래' 부산시당] 黨 만든 청년들… 정치? 이젠 맡기지 않고 직접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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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정치는 싫어요." 청년 정당을 표방하는 우리미래 부산광역시당 당원들이 동아리처럼 편하게 토론하고 공부하는 정기 모임에 참석해 환하게 웃고 있다. 우리미래 제공

김제동이 오지 않는 '김제동 클럽'에서 내공을 키웠다. 촛불 집회에 풍선을 들고 참가했다. 그리고 올해 3월 '우리미래' 부산광역시당이 탄생했다. 선관위에 정식 등록해 정치활동을 하는 정당이다. 그런데 조금 특이하다. 당원 대부분이 20~30대다. '청년독립'을 정치적 목표로 삼고 있다. 좀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부모 품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부모를 독립시키는 것이기에. 그런데 우리미래 부산시당 손상우(36) 대표는 아직 '캥거루'(부모의 품에서 사는 자녀)라고 고백하며 겸연쩍어했다.

선관위 등록한 어엿한 공식 정당
당원 대부분 20~30대로 구성

최저임금·청년수당·선거연령 등
청년 직면한 과제 해결은 물론
평화통일 같은 큰 화두도 함께 고민

■청년들이 정당을 만든 이유


우리미래 부산시당 당원이자 이제 막 교육정책팀장을 맡은 이채윤(27) 씨는 '철새 정치인'이다. 청년 정치인에게 철새라는 가혹한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기존의 질 나쁜 철새와 180도 다르니 걱정할 필요 없다.

대학생인 이 씨는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이 씨 말로는 '현재의 역사책인 신문을 꼼꼼하게 보면서 정치적으로 깨어났다'라는 것. 청년유니온 활동을 했고, 정의당에 잠시 몸을 담았다. 환경에 관심이 있어 녹색당으로 갈아탔다. 그리고 지금은 청년 정당 우리미래 당원이다. 

부산시당 깃발을 들고 참석한 촛불집회. 우리미래 제공
"기존 정당들은 솔직히 재미가 없었어요. 다들 연세도 많고 청년들이 턱없이 적었죠. 모임도 '어르신'들이 주도해 별로 할 일이 없었어요." 이 씨는 다른 정당에서는 주도적으로 일할 수 없어 청년 중심의 우리미래 창당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이 친구가 정치적 야심이 있나?' 의혹을 품고 질문을 세게 던졌다.

"정당 활동을 하니 청년 정치인이죠. 추후 목표가 뭡니까? 부산시장?" 이 씨의 답은 의외였다. "정당 활동을 하며 청년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많이 만들 겁니다!" 답을 듣는 순간 불순한 질문이 부끄러웠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최저임금 1만 원의 도입 시기를 조금 더 앞당기는 것이고요. 청년수당과 기본소득을 통해 청년의 독립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그들이 기성 정당들의 정치판에 도전장을 던진 이유다.

이 씨는 부산 소녀상 조례가 지지부진하다며 곧 시의회 앞에서 1인시위라도 하겠다고 천명했다.

■세상에 소중한 것은 평화

이번엔 우리미래 부산시당 손 대표에게 물었다. 정당 활동을 통해 뭘 얻겠느냐고. 손 대표는 '청년독립, 국민주권, 기본소득, 통일 한국'이라는 자기 당의 목표를 거침없이 설명했다. 내공이 상당했다.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등 열악한 주거를 개선하기 위해 국선공인중개사를 도입하겠단다. 선거연령도 16세로 낮추겠다고 했다. 중학생 정도면 교육감이 누가 좋은지 판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매주 진행하는 오프라인 모임 '뿌리'에서 활짝 웃는 당원.
동장도 직선으로 뽑고, 최소한의 소비가 가능하게 전 국민 월 기본소득 30만 원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듣다 보니 솔깃해졌다. 손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인 연금 정책은 하위 80%만 주겠다는 것인데 내가 정책권자라면 노인 100%에게 주겠다"라고 말했다. 20%를 추려내기 위해 헛돈을 쓰느니 다 주는 게 맞는다는 것. 이것도 공감.

통일한국 공약이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헌법정신과 부합해서 좀 더 설명해 달라고 했다. "남북이 공존해야 합니다. 한국이 동북아 경제의 중심이 되고, 부산에서 유럽으로 달려가는 통일익스프레스를 개통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평화에 대한 생각이 남다른 손 대표는 알고 보니 일본 오키나와 유학파.

미군기지가 있는 오키나와에서 철학을 공부하며 평화와 전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단다. 현지에서 한반도 전쟁 위기설도 수없이 들었다. 그러다가 '민주주의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냈다. 자식을 전장에 보내고 싶은 부모는 없으며, 전쟁이 없어야 평화롭고, 평화로워야 개인이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청년 정치를 결심했다. 아직 부모와 같이 살지만, 독립을 위해 막 요양보호사 자격을 땄다며 자격증을 슬쩍 보여줬다. 청년의 독립이 곧 효도다.
1월에 있었던 부산시당 창당 발기인 대회.
일본에서 돌아온 뒤 손 대표는 법륜 스님 '청춘콘서트' 실무자로 참여했고, 김제동클럽에서 청춘들의 고민을 공유하면서 부산 '우리미래'를 꿈꿨다. 손 대표와 같은 꿈을 꾼 부산 권리당원(한 달 5000원 이상의 당비를 내는 당원)은 80여 명. 일반 당원은 1100명에 이른다.

■'뿌리'하며 폴리마켓 실험

청년들이 찾는 김제동클럽이 궁금했다. "김제동은 안 와요 그냥 토론 모임이죠." 당원 김미정(35) 씨가 말했다. 부산 출신이지만 오랜 서울 유학과 취업 시기를 거쳐 다시 부산에서 직장을 잡은 김 씨도 '클럽'에서 지식의 지평을 넓혔다. 김제동클럽 커리큘럼을 보니 '사랑, 그럴 때 있으시죠?' '길바닥에서 배운 헌법 이야기' '청년을 위한 대한민국사' 등 8강을 8주 동안 하는 것. 대상은 20세에서 39세까지. 모여서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동호회 모임 같은 곳이란다.

김 씨는 우리미래도 동호회 느낌이라고 말했다. 당원들이 매주 진행하는 '뿌리' 모임을 통해 모르던 사실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좋단다. 뿌리 모임은 평당원 지역 오프라인 모임. 현재 서면, 동래·금정에서 진행되는데 사하, 해운대 등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모임에서는 동네 민원부터, 정치토론까지 깊이 있게 진행한다. 또 매주 일요일엔 '폴리북스'라는 독서토론을 당사에서 한다. 부산시당사는 당원 백재찬(32) 씨의 개인 사무실 일부를 임대한 것. 백 씨가 당의 취지를 공감하여 헐값에 임대해주었단다.
거리에서 청년 정책을 표방하며 당원을 모집할 때. 우리미래 제공
손 대표는 "언젠가 당사를 초량으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동북아의 관문인 부산. 그것의 시발점인 초량에 우리미래 부산시당이 있어야 통일 한국 시대가 올 때 대륙을 향한 기적이 울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젊은 세대이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도 활발하다. 우리미래가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폴리마켓'은 새로운 정치 실험이다. 당직자 선출 투표부터 각종 사안에 대한 찬반 의견 등을 올릴 수 있는 온라인의 정치 광장인 셈. 앞으로 반려동물 정책은 물론 동성애 등 민감한 사안까지 논의할 작정이다.

여성 당원 김 씨는 훌륭한 여성 정치인이 많이 배출되기를 희망했다. 대학생 당원 이 씨는 정치아카데미를 개설해 당원을 확충하겠다고 포부를 세웠다. 사업가 당원 백 씨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말했다. 부산시당 손 대표는 "청년이 독립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겠다"고 했다. '모든 선출 당직자의 50%는 2030으로.' 청년 정당 우리미래가 5월처럼 푸르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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