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의 흙과 불로 빚은 자연미의 결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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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 '신정희요'에서 아버지 신정희(왼쪽) 사기장으로부터 불 때기 지도를 받고 있는 신한균 사기장. 신한균 사기장 제공

신한균(57) 사기장은 "도자기는 내게 '모태(母胎) 신앙'"이라고 말한다. 그는 임진왜란 이후 명맥이 끊겼던 '조선사발'을 400년 만에 재현해낸 고(故) 신정희 사기장의 장남. 아버지는 생전 아들에게 "도자기가 나의 종교"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오는 30일부터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열리는 '사기장 신한균 초대전-고 신정희 선생을 추모하며'에선 대(代)를 이어 우리 도자기의 맥(脈)을 되살리는 데 헌신하고 있는 신 사기장이 빚은 달항아리와 회령자기, 조선사발 등 7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부산일보사와 ㈜신세계가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신정희 사기장의 10주기를 기념해 마련됐으며 오는 6월 28일까지 진행된다.

고 신정희 선생 10주기 추모
30일 사기장 신한균 초대전

조선 백자의 으뜸 달항아리
매화피 다완 등 70여 점 전시

신 사기장은 경남 양산 통도사 근처에 있는 '신정희요(窯)'에서 도자기를 굽는다. 아버지의 기술을 전수받아 여전히 흙을 직접 구하고, 가마로 굽는 전통방식을 고수한다. 1년에 3번 정도 가마에 불을 때 그릇을 구워낸다.

신 사기장은 "우리 땅의 흙과 불로 빚어낸 자연미의 결정체가 바로 조선사발"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아버지는 '흙에서 꼬신 내를 느껴야만 참된 사기장이 될 수 있다', '도자기는 손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며 "그래서 도자기는 그냥 그릇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의 개성이 묻어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달항아리.
이번에 출품되는 작품 중 '달항아리'는 우아하면서도 소박한 선은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하고, 한국 여인의 풍성한 치마 곡선을 닮았다. '조선백자의 으뜸'으로 불리는 달항아리는 가마에 불을 때 그릇을 구워낼 때 제대로 된 작품이 4~5점밖에 나오지 않을 만큼 귀하다고 한다.
정호다완.
단순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이 돋보이는 정호다완(井戶茶碗)은 눈으로 보는 자태도 일품이지만 개성을 함축하는 매화피(梅花皮, 굽 부분에 생기는 개구리 알 모양의 결정)가 특히 눈길을 끈다.
분청철화어문호.
신 사기장은 한국에서보다 일본에서 더 명성이 높다. 1989년 도쿄의 도큐백화점에서 첫 전시를 가진 이후 일본에서 거의 매년 초대전을 갖는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3년에 한 번 정도 초대전을 연다. 2008년에는 한국 도자기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펴낸 장편소설 <신의 그릇>이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기장 신한균 초대전-고 신정희 선생을 추모하며=30일부터 6월 28일까지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 051-745-1505.

박진홍 선임기자 jh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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