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청소노동자 "차별 청소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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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4개 대학과 지하철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23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성희롱, 폭언, 차별, 저임금 등의 단어를 적은 용지를 쓸어 담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한국해양대학교 청소노동자 유 모(54·여) 씨와 박 모 (57·여) 씨는 각각 하루에 건물 2개, 강의실 20여 개가량을 청소한다. 일하는 시간도 하루 8시간, 주 40시간으로 똑같다. 그러나 학교가 직접 고용한 유 씨의 월급은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된 박 씨의 월급보다 2배 이상 많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학교는 올해 청소노동자를 39명에서 35명으로 줄였다. 박 씨는 "다음 해에도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게 가장 큰 걱정이고, 일하는 사람까지 줄어 청소 범위는 점점 늘어난다"고 하소연했다.

부산의 4개 대학과 지하철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20여 명이 23일 임금 차별과 고용 불안을 토로하며 부산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 김재하 부산본부장은 "더럽고 누추한 것을 치우는 일을 한다고 해서 사회로부터 치워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해양대 청소노동자 조두녀 지회장은 "업무 지시를 하는 것은 학교본부인데 수수료만 떼먹는 중간 용역업체 배를 불리기보다는 직접 고용으로 고용 안정성을 찾아 달라"고 촉구했다.

부산 4개 대학 등 소속
"같은 일 하는 데 월급은 반
언제 해고될지 늘 불안"
부산노동청서 목소리 높여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청소노동자들에게도 '봄'이 올지 주목된다. 지난 22일 문재인 정부 일자리위원회 이용섭 부위원장은 공공부문 성과평가에 일자리 부문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국립대학교와 부산교통공사 입장에서는 소속 노동자의 정규직화가 중요한 성과 지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청소노동자의 정규직화가 실효성 있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그렇다면 사립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처우는 나아질 수 있을까. 가톨릭대와 신라대, 동의대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노조가 있어 주5일제 근무가 지켜지고 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들은 하루 8시간 근무 기준 136만 원에서 143만 원 사이의 월급을 받는다. 그러나 국립대학인 부산대와 한국해양대보다 15만~20만 원가량 낮다.

노조가 없는 동아대와 경성대 청소노동자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이들은 주 5일과 주 6일을 번갈아 근무하면서도 월급은 126만여 원으로 부산 시내 대학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진여옥 수석부위원장은 "두 대학 측은 임금을 적게 주기 위해 새벽에 청소노동자들을 출근시켜 일을 하게 한 뒤 오후까지 3시간가량 좁은 휴게실에 강제로 휴식시킨다"며 "국립대, 사립대 구별 없이 청소노동자들의 정규직화가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대학 또한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육부 평가 지표에 일자리 항목이 생긴다면 이들의 노동환경도 충분히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소희 기자 s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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