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은의 이칸저칸] '옥자' 봉준호 감독, "후라이팬서 새까맣게 탄 기분"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이 현지에서 신작 `옥자'에 얽힌 속내를 털어놨다.

이 작품은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슈퍼 돼지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미자(안서현)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SF 어드벤처 영화다.
 
지난 19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기자 시사회, 공식 상영회를 통해 이 작품이 전 세계에 처음 공개됐다. 스트리밍 개봉 방식 영화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 각종 논란을 일으킨 이 작품은 영화사를 뒤흔든 뜨거운 감자였고 칸영화제 내내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르며 많은 관심이 쏠렸다.

"칸에서 평가를 받으려니 마치 뜨겁게 달궈진 팬 위의 생선이 된 기분"이라며 부담감과 긴장된 마음을 털어놨던 봉 감독은 "뜨겁게 달궈진 팬 위의 생선이 새까맣게 탔다"고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어 심사위원장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큰 스크린의 영화가 아니면 황금종려상을 받아서는 안 된다"라는 발언에 대해 "알모도바르 감독이 어떤 말을 해도 내겐 그저 감사할 뿐이다.감독이 내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만으로 흥분되고 비록 영화를 안 좋게 봐도 괜찮다. 최근 기사를 보니 감독이 논란에 대해 번복하는 이야기를 했는데 굳이 안 그러셔도 됐는데…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가 말한 발언이 단편적으로 나를 저격해 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넓게 극장 개봉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고 나 역시 감독으로서 그분의 생각이 이해가 된다"며 밝혔다.

그는 특히 "우리가 반려인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그만큼 애견인, 애묘인들이 많다. 반려인을 키운다고 모두 채식주의자는 아니지 않나?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자도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백숙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인간이 동물을 먹는다는 것은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동물도 동물을 먹는다. 단지 지금의 형태,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량생산되는 포섭을 꼬집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관객이 가장 궁금해했던 `옥자' 속 슈퍼돼지 옥자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옥자는 덩치는 크지만 성격은 내성적인, 혹은 억울하게 생긴 이미지의 동물을 떠올렸다. 옥자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누가 저 돼지를 저렇게 힘들게 만드는가?`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우리 영화는 옥자의 얼굴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플로리다에 가면 매너티라는 포유류가 있는데 매너티 얼굴을 옥자 이미지로 참고했다"고 말했다.

 `옥자'는 오는 28일 발표되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 중 하나로 경쟁을 펼치며 내달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최초 공개된다. 국내에서는 이례적으로 넷플릭스와 동시에 29일 극장에서 상영된다.

칸(프랑스)=윤성은 영화평론가, 박홍규 기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