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사 수주난 허덕이는데 해운사들 잇단 중국 발주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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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국내 중견 해운사들이 잇따라 신조선 발주를 위해 중국 조선소를 찾고 있다. 국내 조선소가 수주난에 고전하고 있긴 하나, 선사들도 국내 조선소에 발주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

해운조선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국내 A해운은 최근 중국 청시조선소에 8만 1200DWT(재화중량톤)급 벌크선 4척을 발주했다. 이들 선박은 2019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척당 선박 가격은 시세보다 50만 달러가량 싸게 발주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싸고 RG 발급 쉬워
대출자금까지 지원 혜택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을"

국내 선사들의 중국 조선소 발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B해운은 중국 양즈장조선소에 6만 3000DWT급 화물선 5척을 발주했으며, C상선은 진하이중공업과 케이프사이즈급 벌크선 4척 건조를 위한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지난달 말에는 D해운이 다롄조선과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2척에 대한 건조 협상을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에 해운경기가 바닥권을 탈출하면 중국 조선소 발주가 러시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수주난에 허덕이는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국적 선사들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선사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여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선사들이 중국 조선소를 찾는 이유는 크게 3가지. 중국의 신조선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이 수월하다. 여기다 중국 조선소에 신조선을 발주할 경우 중국 금융권이 대출자금을 지원해준다.

반면 국내 조선소에 발주할 경우 금융권의 자금 지원이 어려운 것은 물론 RG 발급을 받기 위해서는 신조선 계약이 이익을 낼 수주 건이라는 것을 금융권에 입증해야 한다. 수주 건이 이익을 낼 것인지는 원자재 가격 변동을 비롯한 다양한 변수로 결정되는데, 금융권은 시장가격과 같은 수준에 체결한 계약마저도 손실이 우려된다며 RG 발급을 미루고 있다는 게 해운업계의 항변이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해운 시황 부진으로 지금도 문을 닫는 선사가 잇따르는 상황"이라며 "국내 조선소 발주가 바람직하긴 하지만, 국내 해운업체들로서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구조적으로 잘못된 탓이 큰 만큼 제대로 된 정부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환 기자 j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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