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바람의 춤꾼'] '저항 춤꾼' 이삼헌 삶 15년간 촬영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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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의 춤꾼'. 강 컨텐츠 제공

"이 땅에 존재하는 한 계속 춤을 출 거예요."

'저항 춤꾼' 이삼헌(53) 선생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한 편이 내달 6일 선보인다. 부산 출신 최상진 감독이 연출한 '바람의 춤꾼'이다. 이 작품이 관심을 모으는 건 무려 15년이란 국내 최장 기간 촬영한 다큐멘터리라는 점이다.

영화는 촉망받았던 발레리노에서 1980년대 암울한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집회나 시위현장에서 춤추게 된 이 선생의 춤 인생을 그린다. 광주에서 태어난 그는 당시 광주민주화운동을 목격한 후 충격으로 공황장애를 얻었다. 어렸을 때 흑백 TV 속 발레공연을 보고 새처럼 자유롭게 비상하는 발레리노가 되고 싶었던 소년의 꿈은 꺾여버렸다. 이후 화려한 무대 대신 집회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이 선생은 부당한 정치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람들의 넋을 춤으로 위로하는 '거리의 춤꾼'이다. 영화는 시위현장에서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표현한 주인공 인생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우회적으로 그려낸다.

사실 이 선생도 적지 않은 아픔을 갖고 있다. 어릴 때 겪은 트라우마는 그에게 '공황장애'라는 질병을 안겼다. 지난 2014년 프랑스 돌르에서 열린 샤먼(shaman)축제에 살풀이춤인 '진혼무'를 추는 한국 전통무용가로 초대받을 때, 그는 비행기를 탈 수 없어 동해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배를 타고 가 그곳에서 프랑스까지 유라시아 횡단열차로 이동할 만큼 지금도 고통을 겪고 있다.

촬영은 2002년부터 지난 3월까지 진행됐는데 그의 30년 춤 인생 중 절반인 15년을 카메라에 담았다. 제작진은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해가며 찍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작품을 완성해냈고 개봉을 앞두게 됐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 배우 배종옥이 최 감독의 학교 선배 인연으로 내레이션을 맡았다.

개봉 과정에선 우여곡절을 거쳤다. 세월호 추모와 촛불 집회 등으로 박근혜 정부 때는 영화 개봉이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정국이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고 이어 대선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데다 이 작품이 영화진흥위원회 다양성영화 개봉지원작, 독립영화 후반작업 기술지원작으로 잇따라 선정돼 어렵사리 개봉 대열에 나설 수 있었다.

30년 넘게 시대의 아픔을 몸으로 표출해온 이 선생의 인생 역정은 어쩌면 모순과 부정으로 가득했던 '한국 현대사 축소판'이다. 그리고 그의 춤은 질곡 많았던 시대를 건너온 이들에게 바치는 '헌무'(獻舞)처럼 보인다. 발레리노에서 '저항 춤꾼'이 된 이삼헌의 이야기가 공감을 얻는 이유다. 홍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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