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고 은사 이희문 선생 본보 단독 인터뷰 "주위엔 항상 친구들… '의리' 외치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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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고교 은사 이희문 씨에게 전화를 걸어 화제를 모았다. 연합뉴스

"신문에 내 기사랑 사진이 나오면 나야 영광이지. 그런데 혹시나 말을 잘 못해서 재인이한테 누가 될까 봐…."

지난 15일 경남 밀양시 이 씨 고택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경남고 은사인 이희문(85) 씨는 한사코 본보와의 인터뷰를 거절했다. 이제 막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제자가 이런저런 기사들로 인해 부담을 느낄까 염려해서다. 그래도 경남 밀양까지 찾아온 취재진의 간곡한 부탁에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시험기간 자기 공부보다
성당 아이들 가르치기 열중
고시 합격·비서실장 마치고
인사하러 찾아 왔었지…
인권변호사로 가난하게 생활
가족 돌보면서 해라 조언"

이 씨는 문 대통령의 학창 시절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모범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화제가 된 일명 '막걸리 사건'으로 제자가 불량 학생으로 보이진 않을까 염려하며 해명에 나섰다. 문 대통령과 친구들은 고교 3학년 시절 부산 해운대 미포로 봄 소풍을 가 선생님 몰래 술을 마셨다. 당시 친구 한 명이 만취해 정신을 잃어 문 대통령은 친구를 병원에 데려다주기 위해 이 씨에게 술을 마신 사실을 고백했다. 이후 이 씨는 "문재인이, 막걸리나 한잔할까"라며 놀렸다고 한다.

"사실 그때 재인이랑 애들이 선생님 주려고 막걸리를 싸 온 거였어. 기분도 좋고 하니까 순간적으로 자기들끼리 그걸 마시자고 한 거지. 학창 시절 안 그랬던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허허."

문 대통령의 학창시절 성적은 서울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소위 '탑클래스'였다. 그러나 한 번의 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고교 2학년 때 성적이 갑자기 떨어지게 된 것이다. 모범적인 제자여서 큰 걱정은 없었지만 이 씨도 성적 추락의 이유가 궁금했다. 그러던 중 아들의 성적을 걱정한 어머니가 학교를 찾아와 성적 추락의 이유를 알게 됐다.

"어머니가 참 교육열이 높으셨습니다. 어머니가 당시 찾아와서 하는 말씀이 학교 시험기간에도 자기 공부를 하기보다 성당의 아이들만 가르치려고 해 걱정이 크다고 하시더라고. 주말이 되면 아이들 가르치는 데만 매여있는다는 거지. 그러다가 3학년이 되니 다시 성적이 쭉쭉 올라갔습니다."

문 대통령은 한 '의리'를 외치던 제자였다는 게 이 씨의 말이다. 학창시절 문 대통령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많았다고 한다.

"동아대 한석정 총장도 그 당시 친한 친구였는데 지난해 취임식 할 때 그 바쁜 와중에도 몰래 와서 보고 가더라고. 단상에 올라가 인사말을 전하거나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이런 거 없이 친구가 주인공이 되도록 했지."

이 씨는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문 대통령의 행보를 응원하고 믿어왔다. 인권변호사로 어려운 사람을 돌보며 가난하게 살 때에도 "가족도 돌보면서 해라"는 말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고교 졸업 후 수시로 이 씨를 찾아왔다.

"사법고시 합격 후 찾아와 '붙었습니다'라고 말할 때는 눈물이 핑 돌더라고. 너무 감사했었지. 검사는 하지 말고 판사를 하라고 하니까 걱정말라고 자기는 형무소 다녀와서 검사, 판사는 못한다며 웃더라고. 비서실장 끝나고 만났을 때도 청와대 한 번도 놀러 안 왔다면서 섭섭해하기도 했었지."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스승의 날에도 어김없이 이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시 이 씨는 "공무도 바쁜데 왜 전화를 걸었느냐"며 야단을 쳤다. 그는 "사실 마음속으로는 엄청 고마웠다"면서 "괜히 주변사람들이랑 얘기하다가 무슨 구설수에 휘말릴까 봐 노파심에서 그랬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제자가 훌륭하게 대통령 임기를 마칠 것을 확신했다.

"주변에서 말썽만 안 피우면 100% 확신하죠. 어쨌든 앞으로 임기 5년 금방 갈 텐데 지금까지 해 온대로 훌륭하게 국가를 이끌어갈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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