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가면 꼭 만나주세요" 대통령께 삐뚤빼뚤 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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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모교인 부산 영도구 영선동 남항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대통령에게 전달할 손편지를 쓰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아빠가 돈을 많이 벌고 집에도 빨리 들어오게 해주세요!"

15일 오전 10시 30분 부산 영도구 영선동 남항초등학교 1학년 1반 교실. 채희 양이 손을 번쩍 들고 학교 선배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진솔한(?) 말을 전하자 선생님의 웃음보가 터졌다. 같은 반 다른 친구들도 할 말이 많은지 여기저기서 "저요! 저요!"를 외쳐댔다. 다음으로 발표 기회를 얻은 예린 양이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고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文 대통령 모교 남항초 후배들
고사리손 꾹꾹 눌러쓴 편지
"나라다운 나라" "아이러브유"
소망·응원 메시지 전해


문 대통령의 모교인 남항초등학교 아이들이 대통령이 된 학교 선배에게 응원과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남항초등학교 21회 졸업생. 손편지 운동본부와 남항초등학교는 이날 대통령 당선을 기념해 모교 후배들이 손편지와 그림엽서를 적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이날 1~3학년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색연필을 쥐고 그림엽서를 만들었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가슴에 유세띠를 매고 두 손을 번쩍 든 모습, 학창 시절 소아마비로 거동하지 못하는 친구를 업고 소풍을 가는 모습 등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문 대통령의 안경, 희끗희끗 머리카락, 파란색 점퍼 등 '포인트'를 강조하며 그림 실력을 뽐냈다. '나라다운 나라' '선배님 축하해요' '선배님 아이러브유' 등 자랑스러운 선배에 대한 애정이 담긴 메시지도 엽서 한쪽에 빠짐 없이 새겼다.

그림을 그리다가도 담임 선생님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거침없이 손을 들어 이야기를 쏟아냈다. "지구가 안 아팠으면 좋겠어요" "회사원들에게 돈을 많이 줬으면 좋겠어요" "밥 먹는 시간을 늘려 주세요" "청와대 놀러 가면 만나 주세요" "일일교사로 와 주세요" 등 소박한 꿈을 드러냈다.

4~6학년 아이들은 작은 엽서에 빼곡히 글자를 채워 넣어 축하 편지를 완성했다. 조준서(13) 군은 "TV에서 다리를 다친 친구를 업고 소풍을 가는 모습을 보고 훌륭한 대선배라고 생각했다"면서 "요새 학교 친구들끼리도 다투고 비난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통령으로서 반대편도 잘 다독여가는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항초등학교는 거제수용소, 월남 등 문 대통령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는 이색 탐구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홍지태 교장은 "올해는 평소 때와 달리 청와대로 수학여행을 가는 방안도 추진해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직접 쓴 손편지와 그림엽서는 청와대로 전달될 계획이다. 손편지 운동본부 이근호 대표는 "이 행사를 통해 문 대통령의 어려운 어린 시절을 되새기며 아이들도 끝까지 꿈과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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