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지방분권은 항만관리 권한 이양부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동규 동아대 석당인재학부 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뒷날, 대통령 비서실 직제 개편안에서 해양통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해 오던 해양수산비서관이 폐지된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부산항발전협의회를 포함한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해양수산 정책이 소홀히 다뤄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실제로 대통령 후보 시절 한진해운 사태로 침체된 부산의 주력산업인 항만·해운·조선 산업 등을 살려서 지역 경제의 어려움을 해소할 방안을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했던 터라 그 우려에 대해 공감이 된다.

부산의 주력 산업 중에서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은 항만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제 교역 화물의 대부분이 항만을 통해 수송되고 있다. 따라서 항만은 국가 경제 발전의 필수 기반시설일 뿐만 아니라 항만과 관련된 물류비용의 절감은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부산 주력산업 항만, 국가 관할
항만관리권 지방 이양 세계 추세
중국, 지방정부 이양해 큰 발전

지역자치·지방재정 확대 기여
부산시, 계획 갖고 적극 요구를
새 정부 분권시대 열 수 있어야


이러한 이유로 인해 국제 중추 항만 주도권을 놓고 주요 국가별로 항만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동남아와 동북아 지역 등 거점 지역들을 중심으로 지방정부 주도의 대형 항만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10대 항만 중 7개 항만이 중국 항만이다. 중국은 2001년부터 항만 관리를 모두 지방정부에 이양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개혁은 항만산업 발전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하지만 2011년에 세계 5위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기록했던 부산은 한진해운 사태와 중국 항만들의 급격한 성장함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항만관리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즉 지자체가 항만관리를 주도하자는 방안이다. 왜냐하면 지자체에 항만의 개발·관리권을 부여하는 것이 세계적인 경향이기 때문이다. 또한 항만관리의 권한 이양이 완료된 제주도는 2026년까지 220억 원이 넘는 순이익이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어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서의 필요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중앙 중심의 집행 경향이 매우 강한 행정 환경으로 인해 항만관리의 권한은 여전히 중앙 정부에 있다.

부산의 국제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앙이 아닌 지역 주도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현재 해양수산청이 지자체에 위임하도록 되어 있는 국가 사무들을 지자체로 이양하여 자치 사무로 전환해야 한다. 어차피 위임하는 사무를 왜 지방자치로 전환하지 못하는가. 자치로 전환하면 중앙의 감독이나 규제를 받지 않게 되고 지역의 자주성과 자율성이 획기적으로 신장할 기회가 생기게 된다. 지자체는 주민의 복리행정을 직접 펼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다. 지역주민이 적극적으로 항만정책의 수립·집행 과정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항만정책의 수립에 절차적 정당성을 제고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지자체의 과도한 항만개발 요구로 난개발이 우려되고, 항만 경쟁력과 항만 기능의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항만관리 사무를 광범위하게 지자체에 이양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항만관리의 여러 가지 특성상 지자체보다는 현재와 같이 국가 전체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항만관리를 해양수산부가 담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개별 항만에 대한 관리도 대리인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해양수산청이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항만 기능이 이관되면 취약한 지자체의 재정자립 구조가 더욱 악화될 것이고, 항만 개발·관리에 필요한 전문 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이 많을 것이란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한 소신을 가지고 있는 만큼 국가의 역할을 지방화·분권화 시대에 맞게 재정립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정부는 지자체의 역할이 확대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자체 중심의 권한과 책임하에서 사무를 수행하는 것이 지방분권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자체 주도의 항만관리는 바람직하다. 부산시는 관할권 내에 있는 항만에 대하여 종래 중앙 중심의 항만관리 권한을 완전히 이양해 주도록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권한 이양에 따른 문제들을 협의하고, 재정 확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며,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 선순환 구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