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시대 개막] 'PK 대통령-PK 야당 대표' 15년 만에 또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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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다음 날인 10일 국회에서는 두 가지의 상반된 장면이 목격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의사당에서 취임 선서와 함께 19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하는 순간, 자유한국당은 10여 년 만에 야당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국당의 주축인 부산·울산·경남(PK) 정치권은 김영삼·노무현에 이어 15년 만에 다시 개막된 'PK 대통령' 시대를 매우 복잡한 심경으로 지켜봐야 했다. PK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날 "이보다 더한 아이러니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 이르면 7월 대표 선출
홍준표 출마 땐 유력 전망
김태호 전 경남지사 거취 주목
정우택 원내대표 출마설도

그런데 서울 여의도 정가에서 더 관심을 갖는 대목은 PK 대통령 시대에 'PK 야당 당수'가 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른바 PK 출신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공존 여부이다.

한국당은 이르면 7월 중 새 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이정현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대표에서 물러난 뒤 5개월 가까이 공석으로 뒀던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점은 과반이 넘던 '거대 여당'의 대표에서 100석 미만의 야당의 대표로 그 위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다만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야당의 비중'이 더 높아졌다.

차기 지도부 선출과 관련해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홍준표 전 후보이다. 비록 이번 대선에서 패하기는 했지만 그가 거둔 성적에 대해선 당내에서 다양한 논란이 있다. 일각에선 현재의 한국당 역학관계를 감안할 때 홍 전 후보가 출마하면 가장 유력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세상이 나를 다시 부를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

경남 창녕 출신인 그가 차기 한국당 대표로 선출되면 PK 야당 대표가 된다. 하지만 그의 당 대표 출마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거취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국회의원 보좌관에서 시작해 도의원, 거창군수, 경남지사, 국회의원 등을 역임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 데다 대중적 지명도도 높다. 대선 패배로 침체된 한국당을 살릴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도 많다. 당내 지분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게 단점이다. 경남 거창 출신인 그가 선출되면 역시 'PK 당 대표'가 된다.

부산 출신 유기준(4선) 의원은 당 서열 2위인 원내대표 자리를 노린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정우택 현 원내대표가 당 대표에 출마하기 위해 서둘러 현직을 사퇴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과거에도 'PK 대통령-PK 야당 대표' 시절이 있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야당인 한나라당(한국당 전신) 대표를 지낸 사람이 경남 산청 출신으로 부산고를 졸업한 최병렬 씨다. 신문사 편집국장과 청와대 수석, 노동 및 문화공보부 장관, 서울시장 등을 역임한 최 전 대표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2003년 말 노무현 정권 측근비리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10일 동안 단식에 돌입해 결국 국회에서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것을 조건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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