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국민 모두가 '문재인 대통령'이어야 한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류장수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우연 치고는 희한한 우연이다. 지난 18대 대선 직후에 '부일시론'을 썼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번 19대 대선 직후에도 또 쓰게 되었다. 2012년 12월 25일 자 '부일시론'에서 나는 '대선이 남긴 것, 문재인이 남긴 것'이라는 제목으로 제18대 대선 결과에 대한 소회를 정리한 적이 있었다.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에겐 고통스러웠겠지만, 당선인이 공식적으로 발표되기도 전에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당선 예정자와 국민들에게 말한 내용은 우리의 후진적인 정치환경에선 보기 드물고 감동적인 내용이었다. 그래서 그때 나는 이 얘기를 그대로 소개하고 싶었다.

인수 기간 없이 임기 시작한
문 대통령 앞에 숱한 난제 산적

새 정부 핵심과제는 개혁과 통합
버림과 포용 '윈윈'이 핵심 어젠다

대통령 노력만으론 한계
국민들이 국정에 적극 참여해야


'당선인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리며, 국민들께서도 이제 당선인을 많이 성원해 주시길 바란다.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모든 것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며, 지지해 주신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패배를 인정한다. 당선인께서 국민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펴 주실 것을 기대하며 나라를 잘 이끌어 주시길 부탁드린다.'

당시 나는 "슬퍼하는 지지자들을 안아 주며 등을 두드려 주는 모습에서 대통령 후보 문재인이 아니라 참된 인간 문재인을 보았다"라고 썼다.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당선인 축하 인사와 함께 '국민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간곡하게 부탁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함으로써 촛불 시민혁명과 대통령 탄핵, 그리고 조기 대선이 숨가쁘게 진행되어 왔다.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몇 페이지를 기록하고도 남을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이제 문재인 후보는 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이 되었다. 승리의 기쁨은 잠시이고, 대통령직 인수 기간도 없이 당선인 발표와 동시에 대통령직 수행을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 앞에는 수많은 난제가 쌓여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은 참여정부 때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국정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일반적 지식과는 달리 국무총리보다도 국정의 상황을 폭넓고 깊게 파악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이다. 비서실장은 매일 아침에 국정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국정을 직접 관리한다. 국정상황점검회의는 단기 현안들을 다룰 뿐만 아니라 사안별로 다양한 회의를 통해 국정 운영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 자리를 경험하고 안 하고는 국정 수행에서 천양지차가 있다고 보면 된다. 이때의 경험이 워밍업 없이 현재의 난국을 해결해야 하는 새 대통령 입장에서는 특히 소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언급했듯이 새 정부의 핵심 과제는 개혁과 통합이다. 비정상적인 국가를 정상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역사의 물줄기를 순리대로 돌려 놓기 위해서는 정치 영역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전 영역에서 개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지난겨울 이후 국민들 간의 극심한 분열을 통합해 내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개혁은 버림 혹은 배제와 연결되어 있고, 통합은 포용 혹은 함께와 관계되어 있어 개혁과 통합 간에는 때로는 충돌 지점이 발생할 수 있다. 개혁이 지속 가능한 통합을 만들어내게 하고, 통합이 개혁을 촉진하도록 하는 '윈윈게임', 그것은 이번 문재인 정부의 핵심 어젠다가 되어야 한다.

만약 인간 문재인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언제였고, 가장 원하는 삶이 어떤 삶이냐고 묻는다면, 정치인 문재인이 아니라 노동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 민주화 운동가로 지내면서 들꽃 산행을 하던 시절이라는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변호사가 다시 대선에 출마한 것은 입신양명의 권력욕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시대적 요청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문재인 변호사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국민의 대리인으로 그를 가장 적임자로 생각했기 때문이고, 그런 점에서 지지 여부와 관계 없이 모든 국민은 문재인 대통령과 공동운명체에 있다고 판단된다. 전례 없는 국가적 난제들이 한꺼번에 몰려 있는 지금 시점에서, 그것도 여소야대라는 정치지형이 대선 과정에서의 격렬한 충돌과 맞물리면서 대통령만의 노력으로는 현 난제들을 해결하기 불가능할 것이다.

촛불 시민혁명이 미완으로 남지 않기 위해 국민의 힘은 여전히, 아니 더욱 더 필요하다. 모두가 대통령이라 생각하면서 국정의 주체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촛불혁명으로 시작된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과 경제적 삶의 질 향상 과제는 국민 모두가 대통령이어야 해결될 수 있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