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2단계 카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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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흥미롭게도 역사를 '2단계 카오스'라고 설명하고 있다. '1단계 카오스'는 어떻게 될 거라는 예측에 반응하지 않는, 예컨대 날씨 같은 자연 현상이다. 이와 달리 '2단계 카오스'는 스스로에 대한 예측에 반응하는 카오스라고 한다. 그것의 대표적인 예가 역사, 정치, 경제다. 이를테면 내년에 경기가 매우 좋지 않을 거라는 예측이 나오면 정부는 온갖 수단을 강구해 선제적 대응을 한다. 그러면 예측과 달리 경기가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국정 농단을 계속하면 쫓겨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을 때 조심하지 않으면 쫓겨날 수 있지만, 크게 각성하면 쫓겨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말할 수 있다.

'2단계 카오스' 이론처럼 인간사의 일은 지나가고 나면 훤하게 알 수 있지만 그 속에 있을 때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야말로 그 시대를 가장 모르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엊그제 끝난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많은 여론조사가 뒷받침된 '문재인 대세론'이 우세했으나 선거 운동 중간에는 양강 구도가 형성되면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또 결과적으로 대선에서 많은 표 차이의 '뻔한' 결과가 나왔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는 1주일간 "뒤집어졌다"는 주장이 나왔던 것은 그 속에 있으면 모르기 때문이었다. 모르는 그 상태가 카오스이며, 인간은 그 속에서 뭘 붙잡기 위해 다양한 행위를 하게 돼 있는 것이다.

'2단계 카오스' 이론을 '결정론'과 '자유의지'를 가져와 복잡하게 따지지는 말자. 지금 한국사회가 새겨야 할 것은 결국 2단계 카오스는 숱하게 열린 가능성을 말한다는 점이다. 국민이 선택한 문재인 대통령의 새 정부가 출범한 어제부터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 앞에 서 있다. 많은 예측이 나와 있고, 거기에 새 정부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가 관건인 것이다.

어떤 예측이 나와 있나.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 원칙을 지키고 국민이 이기는 나라를 만들겠다." 이 정도 상식이면 2단계 카오스도 충분히 통과할 수 있다. 그렇다. 국민을 섬겨야 한다. 이를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최학림 논설위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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