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아킴 새 시집 '그녀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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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아킴 시인이 다섯 번 째 시집 <그녀의 시모노세끼항>(사진·황금알)을 내놓은 것은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 3주기에 맞춰 발간된 시집 곳곳엔 시인의 고통이 절절히 전해진다.

망막 속으로 사라진 아이들('다시, 율포')과 참사의 그날('세월이 잔인하다', '어느 봄날의 기억')을 떠올리고, 진실 규명을 위한 장기간 단식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유민 아빠('그 사람, 김영오')를 담아낸 대목은 시선을 한참 붙들어 맨다.

김 시인은 참사와 함께 가슴 아픈 우리네 현실도 담아낸다. 삶의 터전에서 내쫓기는 철거민들('그 집 앞, 사진'), 갈 곳 없이 방황하는 노년층의 일상('현대사를 엿보다'), 고된 노동의 현장을 버텨내는 이주노동자('기억을 품다, 짠한')가 대표적이다.

시인의 시선은 가슴 아픈 역사에도 머문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모진 삶을 살았던 이용녀 할머니('이용녀 할머니'), 병마로 고통받으면서도 원폭의 참상을 알려온 히로시마 원폭 피해 2세 고 김형률 씨('불꽃'),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김주열 열사('고백성사'), 미군이 모는 장갑차에 압사한 미선이와 효순이('두 꽃잎을 묻다, 왼쪽 자리에'), 카자흐스탄 등지로 강제이주된 고려인의 삶을 알려온 김로만 카자흐스탄 하원의원('어떤 장례식')…. 이들 역사는 하나같이 변방의 역사다.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나 사과 없이 모진 삶을 견뎌내야 했던 민중들. 역사의 흐름에서 비켜난 이들을 끄집어낸 김 시인의 외침은 '거대한 폭력 앞에 하염없이 무릎 꿇고 엎드려 있던 민초였지만, 그들이 세상에 내뱉은 말들은 시의 세계 속에서 커다란 울림으로 살아나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이수익 시인의 말을 여실히 증명해낸다.

'진정 시가 우리들 생의 자그마한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는 김 시인의 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변의 오늘날을 겪어내야 하는 우리 모두의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윤여진 기자 only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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