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당선-득표율 분석] 전국구 문재인, 대구·경북·경남 빼고 다 이겼다
9일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지역 대결 구도가 일부 붕괴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당선인이 영남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서 강세를 보였다.
10일 오전 1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중간집계에 따르면 문 당선인은 전국적으로 39.6%의 득표율을 기록해 2위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26.2%)에 13.4%포인트(P) 앞섰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21.3%(이하 10일 오전 1시 기준)로 3위를 기록했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6.5%,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5.8% 득표로 뒤를 이었다.
보수 텃밭 부산서도 1위
호남서도 安 크게 제쳐
TK선 洪 50% 안팎 득표
지역 대신 세대별 대결 양상
문 당선인은 전통적인 야당 강세 지역인 호남에서 특히 강세를 보였다. 안 후보가 호남에서 문 당선인과 접전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실제 개표 결과에선 문 당선인이 압승했다. 문 당선인은 광주에서 59.3%의 득표로 안 후보(32.4%)에 크게 앞섰다. 전북에서는 64.3%, 전남에서는 58.9% 득표로 안 후보(전북 24.7%, 전남 32.2%)를 따돌렸다.
문 당선인은 전체 유권자의 절반이 몰려 있는 수도권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서울에서는 42.1%의 득표율로 안 후보(22.6%)와 홍 후보(21.3%)를 따돌렸다. 문 당선인은 경기와 인천에서 동일하게 40.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충청지역에서도 대전, 충남, 충북에서 문 당선인이 각각 44.7%, 37.7%, 37.1% 득표로 지역 1위를 기록했다. 대전과 충남·충북은 2위 경쟁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대전에서는 안 후보가 22.3%로 2위를 차지한 반면 충남과 충북에서는 홍 후보가 각각 26.1%, 28.1%로 안 후보에 근소하게 앞섰다.
영남에서는 부산·울산과 대구·경북·경남이 다른 표심을 보였다. 부산에서는 문 당선인이 37.5% 득표로 홍 후보(33.7%)에 앞섰고 울산에서도 문 당선인(36.1%)이 홍 후보(30.2%)에게 앞섰다. 그러나 경남에서는 홍 후보(39.3%)가 문 당선인(35.7%)에게 우위를 보였다.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 경북에서는 홍 후보의 우세가 더 두드러졌다. 홍 후보는 대구에서 47.3%, 경북에서 52.0% 득표로 문 당선인에게 앞섰다.
홍 후보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40~50%대의 득표율을 보였지만 이는 지난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80% 이상의 표가 몰렸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다. 지역 표심이 문 당선인뿐 아니라 안·유 후보에게로 분산된 때문이다. 문 당선인은 지난 대선 당시 대구·경북에서 10%대 후반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각각 20.8%, 19.9%로 큰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전통적인 보수지역으로 분류되는 충남·충북에서도 문 당선인은 37.7~37.1%의 득표율로 2위 후보를 9~11.6%P 앞질렀다. 문 당선인은 지난 대선에서 이 지역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10%P 이상 차이로 뒤졌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 구도가 완화된 대신 세대별 대결 양상은 뚜렷했다. KBS·MBC·SBS 방송 3사가 이날 투표 종료와 함께 공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50대는 문 당선인이 이겼고, 60~70대는 홍 후보가 앞섰다. 특히 20대에서 문 당선인 47.6%·홍 후보 8.2%, 30대 문 당선인 56.9%·홍 후보 8.6%, 40대 문 당선인 52.4%·홍 후보 11.5%로 문 당선인이 홍 후보를 압도했다. 50대에서도 문 당선인은 36.9%를 보여 26.8%를 기록한 홍 후보를 10%P 넘게 앞섰다. 그러나 60대에서는 홍 후보 45.8%·문 당선인 24.5%, 70대 홍 후보 50.9%·문 당선인 22.3%로 홍 후보가 크게 이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념 성향에 따른 표심을 살펴보면 진보 결집 현상이 포착된다.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심 후보는 약진하는 흐름 속에서 일부 조사에서는 두 자릿수 지지도까지 보였지만 정작 개표 결과에선 5.8%에 그쳤다. 심 후보의 지지층 일부가 문 당선인에게로 옮아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선거 막바지 홍 후보를 중심으로 한 보수 결집 현상에 위기감을 느낀 심 후보 지지자들이 비슷한 성향이자 1위 후보인 문 당선인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보수층 결집 정도는 생각보다 거세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60% 안팎의 몰표를 줬던 부산·울산·경남이 이번 대선에서는 문 당선인에게 적지 않은 표를 던졌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