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허니문 랠리
우리나라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KOSPI)가 거침없이 사상 최고치를 질주 중이다. 지난 4일 코스피 지수 공표 이후 34년 만에 사상 최고치인 2241.24(종가 기준)포인트를 기록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11년 5월 2일 기록한 종전 최고가인 2228.96포인트를 6년 만에 갈아 치운 것이다. 무엇보다 지루하고 답답했던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를 드디어 뚫었다는 점에서 쾌거로 평가받았다. 대선을 하루 앞둔 8일에는 2292.76포인트로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다가올 '2300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활짝 열어젖혔다.
정권이 바뀌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주가지수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현상을 허니문 랠리(Honeymoon Rally)라고 한다. 새 정부 출범으로 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국민 또한 새 정부에 협조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신혼여행의 즐거운 단꿈과 같은 현상이 증시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경제정책 등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면 클수록 주가지수도 큰 폭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대선을 앞두고 사상 최고의 주가지수를 잇따라 경신하고 있는 이번 허니문 랠리는 가위 역대급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87년 개헌 이후 직선제로 치러진 13~18대 대선 이후 한 달간 코스피 지수는 4.98%, 두 달간 코스피 지수는 4.55% 각각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취임하기까지 2개월간 코스피는 각각 37.15%, 1.76%, 12.72% 상승했다. 임기 1년 차와 2년 차 평균 코스피 수익률은 각각 23.18%, 26.18%이지만 임기 3년 차와 4년 차는 각각 -1.7%, -0.78%로 뚝 떨어졌다는 통계도 있다.
모처럼 찾아온 역대급 주가 상승세에 증권가에는 장밋빛 전망이 무성하다. 국내 기업들의 체력 향상(이익 증가), 국내외 정치 불확실성 해소, 외국인 수급 등 삼박자가 갖춰져 있는 까닭에 이번 상승세는 결코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2300시대'를 넘어 '2350' '2500'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공공연하다. 제19대 대통령과 새 정부는 코스피 사상 최고치에서 출범하는 만큼 앞으로의 기대도 크고 부담 또한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임성원 논설위원 fo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