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한 표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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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독자여론부 차장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열렸던 2012년 말 기자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 거주하고 있었다. 2012년 여름 미국으로 출국할 때 제18대 대선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꼈다. 하지만 당시 처음으로 재외국민 투표가 시행돼 기자는 먼 이국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행운(?)을 누렸다.

기자는 거주지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동안 운행한 뒤 보스턴 영사관에 도착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먼 이국에서 투표하면서 묘한 감흥과 뿌듯함을 느꼈다. 대선 당시 미국에 있었지만, 다음 해 귀국하기 때문에 투표에 대해 더 절실한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

이번 19대 대선에선 재외국민 투표율이 18대 대선 때보다 4.2%포인트 높은 75.3%를 기록했다. 탄핵정국으로 인한 조기 대선 실시로 재외국민의 관심은 더 높아졌다.

19대 대선 재외국민의 투표 열기는 사전 투표로 이어졌다. 지난 4~5일 실시된 19대 대선 사전투표의 투표율이 26.06%로 집계됐다. 총선거인 4247만 9710명 중 1107만 2310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로 인해 대선 최종 투표율이 80%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선거가 예전과 달리 지역과 이념대결이 희석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오늘은 지난 3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각 대선주자가 펼친 60일간의 열전에 대한 최종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에 실시된 대선의 마침표를 찍는 셈이다.

오늘 투표에 참여하는 상당수 국민은 투표 순간까지도 각 후보의 자질, 정책, 장단점 등을 분석하며 소중한 한 표 행사에 고심할 것이다. 갑자기 치러진 선거로 인해 각 후보의 선거운동 기간이 짧아 후보들을 자세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6차례의 주요 대선후보 TV토론을 통해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는 기회를 가졌지만 토론회 시간 부족과 네거티브 공방으로 인한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새 대통령을 뽑는 최종 책임은 국민에게 돌아왔다. 국민 모두 그 어느 때보다 투표의 소중함과 절실함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특히 이번 투표는 탄핵 정국 이후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변곡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한 표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고 생각한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근간으로 무슨 이유로도 포기해선 안 되는 권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을 선택하더라도 새 대통령은 우리 손으로 뽑는다는 주인 의식을 갖고 많은 유권자가 오늘 투표장을 꼭 찾았으면 한다.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이들은 각 후보의 핵심 공약과 장점을 꼼꼼히 살펴본 뒤 각자의 판단을 근거로 소신 있게 한 표를 행사했으면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의 고귀한 정신을 실천했으면 한다. 기자에게도 2012년 미국에서 행사한 재외국민 투표보다 오늘 투표가 더 중량감 있게 다가온다. ne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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