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협 전국 민심 르포-부산] "폐단 청산하려면 역시 文" vs "노인들이야 안정적인 洪"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과반 돌파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대역전이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바닥표 결집이냐? 5·9대선 D-2인 7일 본보 기자들이 각 당이 승부처로 꼽고 있는 부산의 막판 민심을 가늠해 보기 위해 시민들을 찾아갔다.
부산의 최대 번화가인 서면에서 만난 고영진(37·회사원) 씨는 "누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낡은 폐단을 청산하고 모든 국민에게 고른 기회를 보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이미 후보를 결정했다"면서 "적폐 청산과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경제 활성화 등을 내세운 문재인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고 씨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세월호 사고처럼 국민이 위급한 상황에 빠졌을 때 안전하게 지켜 주는 국가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심 척도 '택시 여론' 따르면
40대 이하 文, 60대 이상 洪
서면 롯데백화점에 놀러 나왔다는 최복희(74·가명) 할머니는 "시끄러운 나라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 믿고 사전투표를 통해 홍준표를 찍었다"면서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주변 노인들의 생각이 다들 비슷해지더라"고 노년층의 분위기를 전했다. 최 할머니는 "나라를 안정적으로 수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구 부경대에서 만난 박성우(25·경영학과) 씨는 "20대들은 문 후보와 안 후보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TV토론회가 아무래도 안 후보에게 타격이 된 것 같다"며 "개인적으론 TV토론에서 말을 못 했다고 대통령 자질이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전히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또 "이번 대선에서 친구들끼리 토론도 하고 비평도 했다"며 "확실히 대통령 탄핵으로 젊은 층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다. 투표는 꼭 할 작정이다"고 말했다.
중구 국제시장에 장을 보러 나왔다는 결혼 3년 차 전업주부 박현주(36) 씨는 "사업하는 남편은 은근히 홍준표 후보를 밀어주는 것 같은데, 홍 후보는 나와 안 맞는 것 같다"며 "TV토론을 보면서 심상정 후보에게 많이 끌리게 됐다. 말도 잘 하고 똑똑하기도 한 것 같다.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이야기를 남편이랑 하면서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총선 때는 이렇지는 않았다. 그냥 무관심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부부나 주변 사람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국제시장에서 택시를 탔다. 50대 중반이라고 밝힌 이영식 기사는 "40대까지는 대세가 문재인인 것 같다. 60대 이상 80%는 홍준표다. 홍준표 얘길 하는 사람이 최근에 늘었는데 바른정당 탈당자 복당은 득보다 실이 많은 것 같다. 보수결집이 속도가 빠른지 국정농단의 책임론이 다시 부상하느냐가 관건일 수 있다. 부산에서 심상정 얘기를 많이 하는 것도 특이한 추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본인의 후보선호에 대해선 웃음으로 대신했다. 그는 "아직 부동층이 많다. 투표장에 가서 결정하겠다는 사람도 많다. 나도 그렇다"고 답했다.
본보 기자들이 이날 부산에서 만난 유권자들 중에는 "누가 돼도 나라가 시끄럽겠지 않겠느냐"는 걱정을 하는 이가 많았다. 9일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이들의 걱정을 덜어 주는 통합의 정치가 급선무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서준녕·이현우·김백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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