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에너지 선거공약 장미빛 일색, 제대로 된 청사진 내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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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부산대 국제전문대학원장

5월 대선이 달아오르고 있다. 갑작스럽게 선거가 치러지다 보니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소문과 비방이 난무하는 혼란한 선거판이 되고 있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후보들도 공약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하고 시류에 따라 급조한 것이 많다. 에너지 공약도 예외는 아니다. 유력주자를 비롯한 대선 주자들은 모두 석탄 화력, 원전증설 반대,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건설 중인 원전 공사를 중지하거나 노후 화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하자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냉엄한 에너지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런 공약은 장밋빛 공약에 가깝다. 원전이나 화력 등 값싼 기저발전을 급하게 줄이는 것은 국내 사정상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이미 투자된 천문학적 매몰 비용을 감안하면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공약도 기존 국가 계획과 별 차이를 모르겠고 그나마 재원조달 방안도 분명치 않다.

한 나라가 필요한 에너지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의 문제는 단순한 자원에너지 문제를 넘어 경제, 환경, 심지어 안보와도 결부된 그야말로 국가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국가의 에너지는 단기적이 아닌 중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신중히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에너지 근간이 되는 국가 계획을 수립할 때에 가급적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신중하게 논의하는 것 아닌가.

아무리 선거철임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검토하지도 않은 에너지 공약들을 남발한다면, 그 후유증이나 뒷감당은 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넘어야 할 국가적 에너지 과제는 그렇게 간단하거나 녹록지 않다.

자칫 국민들에게 원전이나 화력 발전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쉽게 대체가능한 듯 착각을 심어 줄 수 있다. 화력과 원전 등 이른바 기저 전원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면 당장 국민이 겪게 될 요금 인상과 전원 불안을 어떻게 감내할 것인가. 이러한 기본 중의 기본을 자세히 검토했는지 모르겠다.

더 이상의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각국이 어렵게 합의한 것이 파리협정이다. 우리는 2030년까지 약 37%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원자력 에너지를 급속히 줄인다면 이 약속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높은 유가의 변동성에 대처하고 안정적 전원을 확보하는 것은 경제를 넘어 안보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대선에서 논의가 완전히 실종된 것은 원전의 안전 확보 문제이다. 탈핵 공약은 많이 내놓았지만 정작 문제가 되고 있는 원전의 안전 대책이나 지역민의 불만을 해소하는 대책은 거의 없다.

지역에서 요구하는 것은 원전의 안전에 있어서 시민의 참여와 소통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일 것이다. 이럴 경우 원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원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크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반핵운동 등 시민 저항이 많았던 프랑스나 북유럽 국가에서 지금은 주민 수용성도 높고 원전 비중도 높은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른 것은 몰라도 에너지 공약만큼은 대선 후에 공약(空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대신 차기 대통령은 실행성이 담보되는 에너지 청사진을 국민 앞에 제대로 제시해 주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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