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노동절 참사 수사 원청업체 관리 부실 정조준
크레인 붕괴 사고로 하청 노동자 6명이 죽고, 25명이 다친 삼성중공업 노동절 참사와 관련, 사고원인 규명에 집중됐던 경찰 수사가 이제 원청인 삼성중공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현장 작업자 부주의와 함께 원청의 안전 불감증과 관리감독 소홀 역시 참사의 원인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경찰은 사고의 심각성을 감안, 책임 한계를 높여 처벌 대상을 확대하고 처벌 수위도 높이기로 했다.
경남 거제경찰서 수사본부는 지난 4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기초자료와 사고 현장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안전 불감증·관리감독 소홀
책임 한계 높여 처벌자 확대
11~12일 감식 결과 주목 사고
6일 만에 작업 일부 재개
수사본부는 앞선 압수수색에서 작업장 안전관련 매뉴얼과 작업계획서 및 일지, 교육자료, 크레인 운용지침 등 총 73종의 내부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삼성중공업이 안전관리자로서 규정에 따라 안전사고 예방 및 지도점검 활동을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확인한다. 9일 대선 전까지 자료 및 현장 분석을 마무리한 뒤 안전관리 단계별 책임자를 차례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경찰은 대형 참사인 만큼 원청의 책임 한계를 높이고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관리자도 현장 작업자와 동일한 '업무상과실치사상' 죄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한두 명 (형식적으로 처벌받는)선에서 끝낼 사안이 아니다"면서 "책임 한계를 어디에 둘 것인지, 관리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결정한 뒤 (소환)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고원인 규명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경찰은 상호 충돌한 골리앗 크레인과 타워 크레인 현장 작업자간 의사소통 문제와 부주의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시 골리앗에는 운전자 2명과 신호수 6명, 타워에는 운전자 1명에 신호수 3명이 투입됐다.
경찰조사 결과 신호 전달 과정에서 결정적 진술이 엇갈렸다. 충돌에 앞서 골리앗 신호수는 타워 신호수에게 "붐을 내려달라"고 요청했고 타워 신호수는 타워 운전자에게 이를 전달했다. 이에 타워 운전자는 "진행중인 작업을 먼저 한 뒤 낮추겠다"고 답하곤 작업을 계속했는데, 최종적으로 이 내용을 골리앗 운전자는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골리앗 측의 부주의도 지적된다. 설령 무전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해도 육안으로 타워의 위치를 확인,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골리앗은 지상 80m 높이에 있는 운전석에 기사와 보조 기사 2명이 탑승, 초당 40cm 속도로 느리게 움직인다. 충돌에 앞서 멈출 여유가 있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게다가 신호수 2명이 배치된 양쪽 수직 지지대에는 크레인을 멈출 수 있는 '비상 정지 장치'가 있는데도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사용되는 무전기가 구형 아날로그식이어서 과실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 확보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오는 11~12일 나올 현장감식 결과와 수사 내용을 비교하면 명쾌한 답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사고 직후 전면 중단했던 현장 작업을 사고발생 6일 만에 일부 재개했다. 삼성중공업은 외부 안전점검을 토대로 위험 요소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쉘 FLNG 및 CAT-J 프로젝트 현장에 한해 고용노동부 허가를 받아 6일 오후부터 현장 노동자 1300여 명을 투입해 건조작업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