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우린 한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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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 Winter' 전 입구에서 포즈를 취한 스테판 윈터.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부산에서 태어나 스위스로 입양돼 줄곧 그곳에서 자랐다. 40여 년이 지나 태어난 고향에서 이렇게 전시를 열게 되니 내 이야기의 어떤 결말을 짓는 것 같아 무척 감회가 깊다."

사진작가 스테판 윈터(43)은 오는 30일까지 부산 프랑스문화원 ART SPACE(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자신의 전시 'die Winter'를 갖게 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1974년 부산에서 태어난 윈터는 생후 1년도 안 돼 스위스 로잔느의 기계공 로베르트 윈터와 부인 피에레테 윈터에게 입양됐다. 그는 스위스 베베이 응용미술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했고, 현재는 이 학교의 사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스위스 사진작가 스테판 윈터
부산서 출생 1년 안 돼 입양돼

일상의 행복 카메라로 담아
스위스 중산층의 삶 풀어내

지난 4일 전시 오프닝에서 만난 윈터는 밝고, 쾌활한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너무 어려 이름은 물론 그 어떠한 기억도 없이 떠나야 했던 부산이지만 그는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인데 부산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바다를 볼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하고, 사람들도 호의적이고 배려심이 깊은 것 같다는 평가를 내놨다.

부산 알리앙스 프랑세즈-부산 프랑스문화원 주최로 열리는 '랑데부 드 부산(Rendez-vous de Busan) 2017' 프로그램의 일환인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15세에 카메라를 선물받은 후 2011년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사망할 때까지 25년 간 부모와 함께 했던 시간을 자서전적으로 담은 사진 60여 점을 선보인다. 윈터는 "부모님과 보낸 시절을 사진에 담아 1980~90년대 스위스 중산층의 삶을 다큐멘터리적으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 타이틀은 작가의 이름이자, 독일어로 '겨울'을 뜻한다. 

윈터와 그의 스위스인 부모가 우스꽝스러운 복장으로 생일 케이크를 들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
출품작들은 인위적으로 연출한 장면뿐 아니라 즉흥적으로 포착한 순간들로 한 가족의 일상생활에서 우러나는 유머와 자연스러움으로 가득하다. 윈터와 아버지가 엄마의 옷을 입은 채 셋이 함께 생일 케이크를 들고 있는 모습, 집 욕실 욕조에 드라이아이스를 풀고 그 속에 수영모, 수영복을 갖춰 입은 아버지가 포즈를 취한 작품 등이 눈길을 끈다. 대부분 작품에서 윈터와 부모가 얼마나 격의 없이, 친밀하게 지냈는지를 알 수 있다.
윈터는 "부모님과 아주 밀착해 있는 관계임을 표현하고 싶었다. '우리는 똘똘 뭉쳐 있는 한 팀'이라는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친자(親子)가 아니었던 윈터가 부모와의 친밀감을 무척 갈구해왔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는 "모든 스위스 가정에서 부모, 자식 관계가 내 경우처럼 허물없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며 "내가 입양아였기 때문에 부모님이 친구 역할까지 하기 위해 많은 준비와 배려를 해주신 것 같다"며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밝혔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윈터는 "다른 주제의 작품들로 다시 부산을 찾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die Winter=30일까지 부산 프랑스문화원 ART SPACE. 051-746-0342.

박진홍 선임기자 jh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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